[올림픽] '황제' 대관식 없었지만… '세대교체' 희망 본 한국 사격
-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25m 권총 김민정, 극적 결선행 이후 은메달 획득
속사권총史 새로쓴 한대윤…'신예' 권은지·박희문 등 경쟁력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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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양궁), '칼'(펜싱)과 함께 '금빛 레이스'를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총'(사격)이 은메달 1개라는 아쉬운 성적으로 2020 도쿄 올림픽 대회를 마쳤다.
'늦깎이 사수' 한대윤(33·노원구청)은 2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전체 6명 중 4위를 기록했다. 이날 남자 50m 소총 3자세 본선에 나선 김상도(34·KT)도 1164점으로 24위에 머물며 결선에 나서지 못했다.
도쿄 올림픽 사격은 50m 소총 3자세 결승을 끝으로 마무리됐고, 한국은 추가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전반적인 결과는 아쉽다. 그러나 의미 있던 대회다. '사격 황제' 진종오(42·서울시청)가 현역 연장 의지를 불태우는 가운데 '신예' 사수들이 선전하며 대표팀 '세대교체'에도 탄력이 붙었다는 평가다.
특히 극적으로 결선에 오른 여자 권총 25m 김민정(24·KB국민은행)은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사격 여자 권총에서 올림픽 메달이 나온 건 2012년 런던 대회 김장미(금메달) 이후 처음이다.
김민정은 자신의 주 종목(10m 공기권총)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놓쳤으나 구슬땀을 흘린 끝에 사격 대표팀에 유일한 메달을 안겼다.
과정도 극적이었다. 김민정은 본선 1일 차 '완사'에서 291점으로 9위에 머물렀다. 둘째 날 '급사'에선 293점을 쏴 합계 584점을 기록했다.
김민정은 조라나 아루노비치(세르비아)와 동점을 이뤘으나 '내10점'(가장 중앙의 원)을 쏜 횟수에서 아루노비치(18회)보다 1회 많은 19회를 기록, 상위 8명에게 주어지는 결선행 티켓을 8위로 거머쥐었다.
결선에선 거침이 없었다. 김민정은 금메달을 놓고 비탈리나 바차라시키나(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을 펼쳤다.
9시리즈까지 34-33으로 앞선 김민정은 마지막 10번째 시리즈에서 동점을 허용한 뒤 슛오프에서 아쉽게 패했다. 그렇지만 밝은 미소로 다음 올림픽에서 선전을 다짐했다.
김민정보다 어린 후배들도 세계 사격계에 존재감을 뽐냈다.
권은지(19·울진군청)와 박희문(20·우리은행)은 침체기에 빠진 한국 여자 공기소총에서 희망을 쐈다. 권은지와 박희문은 지난달 24일 열린 여자 10m 공기소총 결선에 나란히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비록 최종 순위는 7, 8위에 그쳤으나 첫 올림픽에서 결선에 오르며 내일의 기대감을 키웠다. 올림픽 여자 공기소총에서 한국 선수 2명이 결선에 진출한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여갑순·이은주) 이후 29년 만의 일이었다.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김모세(23·국군체육부대) 역시 남자 사격 10m 공기권총 결선에 진출하며 전망을 밝혔다.
사격 종목은 다른 종목에 비해 나이가 경기력을 크게 좌우하지 않는다. 되레 관록이 더해진 30대 중후반에도 충분히 메달을 노릴 수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나이로 봤을 때 대표팀 허리 층이라고 할 수 있는 한대윤의 활약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만 29세 때 첫 태극마크를 단 이후 근육이 신경을 눌러 생기는 손떨림 증세로 수술까지 받았던 한대윤은 첫 올림픽에서 메달 경쟁을 펼쳤다. 2024년 파리 대회를 기대하게 만드는 활약이었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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