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사랑의 섬’으로 떠오른 제주…“신혼여행 왔어요”
-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해외 출국 막히자 국내여행지로 눈길 돌려
관광업계, 제주 신혼여행 상품 내놓으며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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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지난 4월 초로 잡혔던 결혼식을 미뤘던 임모씨(29). 6월쯤이면 사태가 진정될 것이란 기대는 물거품이 됐지만 더 이상 식을 연기할 수도 없어 최근 결혼식을 진행했다.
임씨 부부는 결혼식 계획이 틀어지면서 신혼여행 계획도 전면 수정했다. 이들이 선택한 여행지는 제주도였다.
당초 계획한 호주에는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신혼여행을 아예 미룰까도 생각했지만 아쉬운 마음에 결정한 것이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를 의식해 여행기간 동안 풀빌라를 빌려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임씨는 “신혼여행으로 피로도 풀고 싶고 6월 제주의 풍경이 아름답다고 해 제주도로 오게 됐다”며 “평소라면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거나 이곳저곳 다녔겠지만 이번엔 동선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황모씨(32) 부부 역시 제주에서 신혼여행을 보냈다. 당초 스위스를 갈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출국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황씨 부부는 지난달 23일 결혼식 후 일주일간 제주의 한 호텔에 머물며 휴양을 즐겼다. 럭셔리 여행보다는 가성비를 택한 이들은 경비를 절반 가까이 줄이면서도 평소에 할 수 없던 스냅 촬영 등을 통해 추억을 남겼다.
비록 해외여행은 가지 못했지만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일상의 피로를 풀 수 있어 만족도가 컸다고 전했다.
황씨는 “일주일 정도 스위스로 신혼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평소에도 자주 제주 여행을 왔지만 신혼여행으로 오니 둘만의 시간을 가지며 쉴 수 있어 특히 좋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신혼여행 풍속이 바뀌고 있다. 신혼여행을 미루는 부부들도 있지만 국내여행을 선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1980년대 신혼여행 명소였던 제주는 신혼여행지로 다시 부상하며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비행기를 이용해 찾는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코로나19 시대에 산과 바다 등 자연을 즐기며 휴양할 수 있는 관광지로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혜지 웨딩플래너는 “결혼식 후 인근 호텔에서 하루 숙박하는 것으로 신혼여행을 대체하는 부부들도 있지만 10쌍 중 4쌍 정도는 제주 등 국내여행을 하는 추세”라며 “인생에 한 번뿐인 신혼여행인 만큼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일부 호텔에서는 신혼부부를 겨냥한 패키지 상품을 내놓는 등 제주 관광업계는 코로나19로 침체된 분위기의 전환을 노리고 있다.
주요호텔의 신혼여행 상품을 보면 호텔 시설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캠핑, 사진 촬영, 와인 파티, 수영장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전담 매니저를 배정해 공항 이동 서비스 등을 통해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고 있다.
제주신라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제주를 찾는 신혼부부가 많이 늘고 있다”며 “정확한 투숙률은 밝힐 수 없지만 신혼여행 패키지 상품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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