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의 '떠돌이' 메노파, 디아스포라 찾아 100년만 또 집단이주

© AFP=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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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자유를 찾아 500여년간 세계를 떠돈 기독교 메노파 후손들이 100여년만에 또다시 짐을 꾸리고 있다.

개신교의 '떠돌이'로 불리는 메노파는 16세기 네덜란드에서 전 가톨릭 사제였던 메노 시몬스(Menno Simons)에 의해 시작됐다. 종교개혁기에 등장한 이 파는 유아세례를 부정, 재세례파로 분류된다. 또한 신약성서에 의거한 전통 교리와 생활, 절대 평화주의를 주창하는 독자교파를 형성했다.

하지만 이들만의 교조주의는 신구종교간 갈등이 깊어지는 유럽에서는 박해의 대상이 됐다. 결국 이들은 더많은 종교적 자유를 찾아 '신세계'로 향하며 이들의 고단한 '디아스포라'는 시작됐다.

18세기 이들이 집단으로 이주한 곳은 러시아였다. 당시 제정러시아의 예카테리나 대제가 종교의 자유를 존중해 군대 면제권과 농토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이국 생활도 녹록치 않았다. 이들에게 주어줬던 병역면제도 박탈당하고 러시아 정교회와의 관계, 경제상황도 점차 힘들어갔다. 결국 이들은 100년만 타지로 집단 이주를 결심했다.

이번에는 지구를 반바퀴 돈 아메리카 대륙이다. 세계 각지로 흩어졌던 이들은 1920년대 멕시코 북부로 모여 들었다. 농지를 얻어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갖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현재 그들은 대부분 전통적 교리나 생활을 고수하는 폐쇄적 농경 생활을 하며 종교 의식을 이어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메노파 교도들은 또 다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선조들이 종교적 탄압을 피해 첫 정착했던 러시아 땅으로의 '회귀'이다.

농경 생활을 하는 메노파 교도들은 농지 부족, 가뭄, 경쟁자와의 싸움이라는 악재들로 재이주를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멕시코 북부의 척박한 땅에서 옥수수 수천톤을 재배하고 목초지에서 젖소를 키우며 우유와 치즈를 생산하며 생활을 유지했다.

현재 멕시코 치와와주에 사는 메노파 교도 수는 6만명에 달한다. 반면 치와와주 정부에 따르면 메노파 교도들은 25만헥타르도 되지 않는 농경지를 보유하고 있다. 농경지가 부족해 땅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메노파 중 일부는 농사를 포기했다. 그들은 서비스업이나 수공예업으로 전업하거나 종교적 교리를 버리고 호구수단으로 마약 밀매업이나 매춘업에 들어서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에 닥친 가뭄은 메노파 교도들에게 치명적이었다. 가뜩이나 땅이 부족해 농사를 못 짓는데 가뭄으로 농사일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노파 교도들은 옛 선조들이 그랬듯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러시아 태생 메노파의 증손자인 피터 프리센(59)은 "우리는 아이들과 손주들을 위해 미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선조들이 살았던 러시아에서 찾았다.

러시아 중동부에 있는 타타르스탄은 메노파 교도들에게 매력적인 땅이다. 땅이 비옥하고 기후가 온화하며 물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땅값도 싸다. 메노파 교도 엔리크 보스는 타타르스탄의 농지가격이 멕시코의 10분의 1이라고 말했다. 타타르스탄으로 이주하면 같은 돈을 주고 그들이 현재 갖고 있는 땅의 10배 면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농지 부족과 가뭄에 설상가상으로 멕시코인들의 견제도 메노파 교도들을 힘들게 했다.

멕시코인으로 이루어진 농경집단 바르조니스타는 메노파 교도들을 고소했다. 작년 가뭄 때 그들이 불법적으로 판 우물 200개가 문제였다.

치와와 정부는 그 중 일부 우물만이 가짜 허가증을 이용해 판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바르조니스타인들은 판정이 편파적이라고 항의했다.

바르조니스타인인 잭코 로드리게즈는 "우리는 불리한 입장에 있다"면서 정부가 메노파 교도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멕시코 국민"이라면서 "우리는 여기서 계속 살겠지만 메노파 교도들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바르조니스타인과 메노파 교도 사이의 갈등은 한층 격화돼 바르조니스타인들로부터 메노파 교도들은 근거 없는 공격을 당하고 있다. 현지인들의 텃세로 메노파인들은 새로운 농경지를 찾고자 하는 열망을 더욱 강하게 갖게 됐다.

메노파 교도들의 떠돌이 생활은 폐쇄적 농경 생활을 하며 고유한 종교 의식을 이어가려고 하지 않는 한 아마 끝나지 않을 것이다.

gir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