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 할젠 "매년 10월이면 동료들 실망시켜 괴로웠다"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 탄생에 결정적 기여
"위스콘신대, 엄청난 모험 감수…미 과학재단에도 감사"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프랜시스 할젠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6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온라인으로 참석하고 있다. 2026.10.6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올해 노벨 물리학상 영예를 안은 프랜시스 할젠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물리학과 교수(82)가 6일(현지시간) "매년 이맘때면 상을 받지 못해 비참한 기분이 들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AFP통신에 따르면 벨기에 출신인 할젠 교수는 이날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화상으로 참석,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한 동료들에게 미안했고, 매년 10월마다 아이스큐브 공동연구진 전체를 실망시켰단 생각에 괴로웠다"며 "이제 그 문제가 마침내 해결됐다.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할젠 교수는 남극의 1㎦ 규모 얼음 속에 설치된 망원경인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IceCube Neutrino Observatory)를 탄생시킨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천체물리학적 기원의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발견한 공로로 202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아이스큐브는 질량이 거의 없고 다른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는 입자인 중성미자를 탐지한다.

매초 태양에서 날아온 약 650억 개의 중성미자가 사람의 새끼손톱을 통과한다. 더 먼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는 은하 중심부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과 같은 우주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단서를 담고 있다.

할젠 교수는 1980년대 후반 자신이 구상했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데 기여한 12개국 이상 약 450명의 연구진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또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위스콘신대는 프로젝트에 엄청난 모험을 감수했다"며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고비를 넘겨야 했고, 각 단계마다 프로젝트는 실패할 수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프로젝트에 과감하게 투자한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에도 감사의 뜻을 전하며 "우리는 매우 운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할젠 교수 이전 물리학계는 물을 이용해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를 포착할 수 있다고 봤다. 중성미자가 원자핵과 충돌하면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하전입자가 생성되는데, 이동할 때 방출하는 푸른빛이 투명한 물을 통해 탐지할 수 있다는 원리에서다.

할젠 교수는 물 대신 얼음을 이용하는 획기적인 발상을 했다. 액체 상태의 물과 달리, 얼음은 생물에 의해 교란되지 않고 깊은 곳에선 일정하게 어두운 환경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구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할젠 교수는 아이스큐브의 연구·개발(R&D) 전신 장비가 처음으로 중성미자 이미지를 포착했을 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가장 큰 흥분이었다"며 "우리가 정말 이것을 작동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아이스큐브는 2011년부터 완전히 가동되고 있으며, 오리온자리 방향의 먼 은하에서 날아온 고에너지 중성미자뿐만 아니라 우리 은하에서 발생한 고에너지 중성미자도 탐지했다.

할젠 교수는 "이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긴 어렵다"면서도 "과거 사례를 볼 때 결과는 언제나 놀라웠고, 이번에도 훌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