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비 규제 완화로 차값 인하" 주장…전문가들은 '글쎄'

2031년식 연비 기준 대폭 완화…"규제 비용 절감할 것"
신차값 5만달러 돌파 상황…"관세 상쇄에 먼저 쓰일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시간주 밀포드 제너럴모터스(GM) 자동차 성능 시험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07.2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동차 연비 기준을 완화하는 새 규정을 통해 신차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절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규정을 입안한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이번 연비 기준 완화로 2031년 신차 평균 가격이 1289달러(약 175만원) 내려갈 것으로 추산했다.

2031년 평균 연비 목표를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설정된 갤런당 49.3마일(리터당 약 21.0㎞)에서 갤런당 34.9마일(리터당 약 14.8㎞)로 낮추는 것이 이번 조치의 골자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2024년식 차량의 평균 연비는 갤런당 27.2마일(리터당 약 11.6㎞)이었다.

NHTSA가 추산한 가격 인하분은 주로 자동차 업체들이 연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기술 비용이 줄어드는 데서 나온다. 차량 제조비가 다소 늘더라도 연비를 높여 휘발유 소비와 배출량, 장기적인 연료비를 줄이는 기존 규제의 취지를 완화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는 가격 인하를 뜻하며, 새롭고 아름답고 안전한 차를 사는 가정이 수천 달러를 아끼게 된다"고 적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유란 감당할 수 있는 자동차를 뜻한다"는 구호를 내걸고 정책을 홍보하고 있다.

다만 NHTSA는 이 같은 절감 효과가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될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또 일부 연식의 차량에서는 추가로 부담해야 할 연료비가 신차 평균 가격 인하분을 웃돌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편익이 비용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규정이 처음 제안된 지난해 12월 이후 차량의 보유·운행 비용은 오히려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높은 연료 가격과 5만달러(약 6800만원)를 넘어선 신차 평균 가격을 고려하면 연비 기준 완화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를 소비자가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모빌리티글로벌의 수석 자동차 분석가 스테퍼니 브린리는 "1300달러 싼 차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격은 그렇게 정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드먼즈 인사이트 책임자인 제시카 콜드웰도 자동차 업계가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로 원가 부담을 안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비 기준 완화로 절감되는 비용이 있더라도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를 상쇄하는 데 먼저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콜드웰은 또 규제 압박이 줄어들더라도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란 전쟁으로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권 교체에 따라 규정이 다시 바뀔 수 있다는 점과 세계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전기차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자동차 업계가 고려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전기차 관련 지원을 잇달아 축소해왔다. 지난해 감세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을 통해 7500달러 규모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를 폐지했고, 기업평균연비(CAFE) 기준 미달 업체에 부과하던 벌금도 없앴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