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는 늘렸는데 美무기는 외면"…동맹 압박에 역풍 맞은 트럼프
나토 회원국 8개국, 美무기 의존 축소 움직임
캐나다, 스웨덴 조기통제경보기 도입 결정…F-35 추가 도입 재검토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동맹국들을 압박해 방위비 증액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유럽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미국산 무기를 기피하면서 미국 방위산업에는 오히려 타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지난 6월 방위비를 1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증액하기로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기념비적 승리”라고 자찬하며 방위비 증액을 자신의 성과로 내세웠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안보 파트너로서 미국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고, 이는 유럽의 국방비 지출과 무기 조달 및 장기적인 안보 계획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증액하면 미국 방산업체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을 만났을 당시 "우리가 만들고 그들이 돈을 낼 것"이라며 "우리는 엄청난 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7월 튀르키예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지난해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1500억 달러 늘렸다"며 "그들은 모두 미국산 장비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가 급증하고 있지만 캐나다·폴란드·덴마크·스페인·노르웨이·튀르키예·프랑스·독일 등 최소 8개국은 미국산 무기와 기술, 방산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조달처를 다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는 동맹국들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방산업체 및 군사기술에 대한 일부 동맹국들의 이탈을 초래해 미국에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례로 덴마크는 지난 4월 미국의 패트리엇 방공체계 대신 프랑스의 SAMP/T NG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해 유럽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국방비를 늘리고 있는 폴란드는 자체 방위산업 능력을 키우고 있다. 폴란드가 자국 기업에서 조달한 방산 물자 규모는 2022년 이후 약 4배 증가해 지난해 304억즈워티(약 10조 8059억 원)에 달했다.
특히 최근 미국과 강하게 대립하고 있는 캐나다에서도 방위산업에서 탈미국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는 지난 5월 미국 보잉사의 ‘E-7 웨지테일’ 대신 스웨덴 방산기업 사브(Saab)의 조기경보통제기인 ‘글로벌아이’를 선택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17억 달러 규모의 북극 레이더 사업에서도 미국 방산업체 대신 호주산 시스템을 선택했으며, 록히드마틴의 ‘F-35 전투기’를 추가로 구매하는 대신 사브의 그리펜 전투기를 일부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직 미군 정보기관 고위당국자인 J.C. 린체니치는 이에 대해 “유럽에 대한 압박은 효과가 있었지만 실질적인 불확실성도 만들어냈다”며 “유럽은 더 많은 돈을 쓰고, 국방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더 큰 책임을 지고 있다. 이는 분명한 성공이지만 유럽에는 미국이 자신들을 버릴 수도 있다는 진정한 우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은 수십 년간 군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따라서 유럽이 단기간 내에 방위산업 능력을 키워 미국의 의존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 다만 문제는 동맹국들이 미국에 대한 의존을 ‘전략적 위험’으로 보는 시각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 정보기관의 유럽 담당 고위 당국자였던 크리스 치비스는 “책임 있는 유럽 지도자라면 자국의 미래 안보를 전적으로 미국의 손에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지금 유럽에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도 미국 방위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유럽 내 분위기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은 지난 7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동맹국들이 미국 방위산업 기반을 헛되이 복제하거나 대체하려 하기보다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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