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빈' 시진핑에 '교황급' 예우…64년 만에 앤드루스 활주로 영접

트럼프, 활주로 영접 2번째…국빈방문 외국 정상은 처음
트럼프, 시진핑 어깨 손 올리며 친근감 표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23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 여사를 맞이하고 있다. 2026.9.23 ⓒ 로이터=뉴스1

(워싱턴=뉴스1) 이훈철 특파원 = 미 동부시간 기준 23일(현지시간) 저녁, 워싱턴 DC 도심에서 남동쪽으로 약 21㎞ 떨어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태운 에어차이나 보잉 747기가 활주로에 멈춰 서자, 기체 문 앞 계단 아래로 약 30m 길이의 레드카펫이 펼쳐졌다. 카펫 양옆에는 의장대가 도열했다.

비행기 계단 아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서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시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가 트랩을 내려오자 악수를 나눴고, 네 사람은 몇 분간 선 채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 사이 미 공군 B-1 전략폭격기 두 대가 기지 상공을 가로질렀다. 행사에는 화동과 각 군 소대, 국기 게양, 양국 국가 연주도 포함됐다.

양국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의전차량으로 이동하는 곳까지 따라가 대화를 나누면서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 뒤로 펑리위안 여사는 멜라니아 여사와 얘기를 나누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태운 차량이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이 아닌 공항에서 외국 정상을 직접 맞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교황 방문을 제외하고 미국 대통령이 앤드루스 기지에서 외국 정상을 영접한 것은 1962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해럴드 맥밀런 영국 총리 영접 이후 64년 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항 영접을 두고 이례적인 외교적 제스처라고 보도했다. 미국 대통령은 통상 백악관이나 공식 영빈관에서 외국 정상들을 맞이하는 것이 오랜 외교적 관례이기 때문이다.

특히 더욱 놀라운 것은 냉전 이후 반세기 넘게 미 대통령의 공항 영접은 사실상 종교적·외교적 특수성이 있는 교황에게만 허락됐다는 점이다. 2008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베네딕토 16세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영접했으며,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프란치스코 교황을 같은 앤드루스 기지에서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류 합동기지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영접하며 나란히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 로이터=뉴스1

트럼프 대통령이 공항에서 외국 정상을 영접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이했다. 다만 국빈 방문의 시작을 이런 방식으로 연 것은 시 주석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4월 방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도 백악관 남쪽 현관에서 영접했다.

이번 환대는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에 대한 '답례' 성격이 짙다. 당시 중국은 한정 국가부주석을 활주로에 내보내 트럼프 대통령을 맞았고, 2017년 방중 때보다 의전 급을 높였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환대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다. 미국외교협회(CFR)의 데이비드 색스 연구원은 BBC에 동맹국에도 통상 제공되지 않는 수준의 예우를 적대국 정상에게 베푼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은 2015년 이후 처음이며, 두 정상은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세 번째로 마주 앉았다. 공식 환영식은 24일 백악관에서 열린다. 사흘간의 일정에는 로즈가든 사열, 정상회담, 국빈 만찬, 국립문서보관소 방문이 포함됐다.

이번 회담에서는 관세, 대만, 인공지능(AI), 희토류 등 양국의 이익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주제들이 주요 의제로 오를 전망이다. 화려한 의전과 달리 핵심 쟁점에서 큰 돌파구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