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냐 궤멸이냐" 트럼프 압박 속…美·이란 3개월만에 대화 재개

카타르 중재로 3시간 접촉…트럼프 "매우 가까운 시일 내 추가 회담"
이란, 美 군사·경제적 압박 완화 전제로 "7일 내 호르무즈 재개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09.2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과 이란이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약 3개월 만에 고위급 접촉을 하면서 외교적 해법 마련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추가 회담이 예고된 데다 이란이 미국의 군사·경제적 압박 완화를 전제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의사를 내비치면서다.

양국 간 고위급 접촉은 지난 6월 중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같은 달 하순 스위스에서 세부 협의를 위한 기술 협상을 진행한 이후 처음이다.

외신들을 종합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양측이 약 3시간 동안 회담했다고 밝혔고,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는 회담 결과에 대해 "매우 좋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위트코프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이란 대표단과 3시간 동안 만났으며, 조만간 추가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과 이란 당국자들은 이번 접촉이 직접 회담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중재자들이 양측 사이를 오가며 대화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란 측에서는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이번 접촉에 참여했다고 이란 국영 IRIB 방송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뉴욕에서 진행된 IRNA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접촉은 카타르 중재를 통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이어 "이번 접촉은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종식, 미국의 공격적 행동 중단, 해상 봉쇄와 경제전쟁 중단, 이란 자산 동결 해제 등 이란의 조건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81차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유엔본부로 이동하고 있다. 2026.09.22 ⓒ 로이터=뉴스1
이란 "미국 압박 완화하면 7일 안에 호르무즈 재개방"

이날 회담에 앞서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고위 이란 당국자는 이란이 미국이 군사적 압박을 완화하고 이란 항만에 대한 봉쇄를 해제할 경우 7일 이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 16일 중재자를 통해 이 같은 제안을 미국에 전달했다. 이 관리는 또 이 입장이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의 승인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이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유사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는 이란이 앞서 제시한 조건보다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모흐센 레자이 이란 SNSC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쟁 종식을 목적으로 우리의 조건을 워싱턴에 전달한 중재국 카타르와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조건은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종식, 동결 자산 해제, 그리고 해상 봉쇄 해제"라고 밝혔다.

다만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가까운 일부 이란 언론은 새로운 입장이 채택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은 이를 이란 내부의 입장 차이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했다.

트럼프 "합의냐, 이란 완전 파괴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나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이란과 합의해 그들이 나라를 재건하고 과거 어느 때보다 훨씬 위대한 국가, 어쩌면 중동이나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 가운데 하나를 만들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이슬람공화국을 신속히 궤멸해 다시는 사람들을 죽이고 나라들을 파괴할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에게 살아남을 가능성도, 미래의 번영이나 후세에 대한 희망도 남기지 않은 채 지옥으로 몰아넣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호르무즈해협의 선박들. 2026.8.17. ⓒ 로이터=뉴스1

그러면서도 "우리는 선거 직후 합의할 것이라 믿는다. 합의하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들은 중간선거에서 내가 어떤 결과를 얻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바가이 대변인에 따르면 이란 대표단은 외무장관급으로 총회에 참석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회의장을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중동의 "괴롭히는 국가"이자 "세계 최고의 테러 조직"이라고 비판한 직후였다. 다만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관련 현안을 담당하는 이란 유엔대표부 외교관 1명이 회의장에 남았다.

바가이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 국가를 군사 공격으로 위협하는 것은 현 미국 정부의 성격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며 국제범죄를 저지르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보좌관 히크메트 하지예프가 이란과의 외교가 여전히 가능하며 자국이 역내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힌 언론 인터뷰를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유하기도 했다. 별도의 논평은 덧붙이지 않았다.

미국의 국제정세 전문 매체 유라시아리뷰는 "이번 회담은 수개월간 이어진 양국 간 군사적 대치와 위협, 걸프 지역의 상업용 선박 운항 재개를 위한 협상 이후 양국 간 새로운 외교 채널이 마련됐다는 의미가 있다"며 "다만 양측이 충돌을 끝내기 위한 조건에서 여전히 상당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협상 결과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