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데이! 탈출한다" 비행기 추락 대가는 '철창'…선 넘는 유튜버들
조회수·팔로워 노린 위험한 연출에 총격·사망 등 '치명적 부메랑'
"플랫폼측 보상구조 안 바뀌면 백약 무효"…英·EU 등 잇단 규제 착수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에 노출되어 조회수와 팔로워를 얻으려는 크리에이터들이 안전과 상식의 선을 넘나드는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알고리즘이 평범한 콘텐츠보다는 극단적 콘텐츠에 더 많은 보상을 주는 구조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 미국 올림픽 스노보드 국가대표 선수에서 전과자 노숙인 처지로 전락하고 만 트레버 제이콥의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제이콥은 2021년 12월 24일 '내가 내 비행기를 추락시켰다'(I Crashed My Plane)라는 제목의 13분 분량의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했다.
그가 1940년식 테일러크래프트 경비행기를 몰고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파드레스 국유림 상공을 비행하던 중 엔진에 문제가 생겨 기체를 버리고 탈출하는 내용이었다.
동영상에는 미리 장착한 카메라들을 통해 엔진 이상을 알리는 그의 목소리, 낙하산으로 착지하는 모습, 비행기가 산비탈에 충돌하는 장면 등 사고를 전후한 극적인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조회수는 약 500만 회에 달했다.
이 사고는 동영상 게재 한 달 전 촬영됐다. 제이콥은 그해 11월 26일 미 연방 교통안전위원회에 사고 내용을 신고했다.
교통위와 연방항공청은 조사에서 동영상 내용과는 사뭇 다른 결론을 내렸다. 기체는 고장나지 않았고, 사고는 온라인에서의 명성을 노린 연출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또 검찰은 제이콥이 비행기 잔해를 치우고 위치를 수사관에게 허위로 진술해 고의로 증거를 인멸했다고 밝혔다.
제이콥은 2023년 12월 증거 인멸·은닉에 관한 연방 혐의 1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조종사 면허도 박탈당했다.
그는 법적 절차에만 약 5년이 소요됐다며 "그 일은 내 인생 전체를 완전히 파괴했다. 나는 노숙자가 됐다. 돈도 전부 잃었다. 지옥에서 기어 나오느라 죽도록 고생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서의 과시적 행위가 총격과 같은 중대 범죄나 사망로 이어지는 사례도 잇따른다.
스스로를 '미국 우선주의' 인플루언서로 칭하며 인종차별적 비방을 생중계해 온 돌턴 이덜리(활동명 '처드 더 빌더')는 지난 5월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의 몽고메리 카운티 법원 앞에서 한 남성과 다투다 총격전을 벌였다.
그는 정당방위를 주장했으나 살인미수를 포함한 여러 혐의로 기소됐고, 사건은 계류 중이다.
2023년 4월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쇼핑몰에서는 깜짝 카메라 영상을 주로 다루는 채널 '클래시파이드 군즈(Classified Goons)를 운영하는 유튜버 태너 쿡이 배달 기사를 괴롭히다가 총에 맞았다.
배심원단은 총을 쏜 배달 기사 앨런 콜리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해 가중 악의적 상해 혐의는 무죄로, 건물 내 총기 발사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8월 활동명 '장 포르마노브'로 잘 알려진 라파엘 그라방이 플랫폼 킥에서 생방송 도중 숨졌다. 부검에서 일부 멍이 발견됐으나 사망 원인을 설명할 만한 소견은 나오지 않았다.
그는 자학적인 챌린지를 생중계하며 인기를 얻었고, 1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의 마지막 생중계는 열흘째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채널을 운영한 남성 2명은 사망을 야기한 혐의로는 기소되지 않았으나, 지난 8월 가중 폭력과 온라인상의 증오·폭력 선동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집행유예와 벌금형에 처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보상 구조의 산물이라고 본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심리학자 카베리 수브라마냠은 "기술이 발전하고 인플루언서들이 명성과 부를 얻을 수 있게 된 만큼, 일부는 교도소행이나 심지어 죽음의 위험까지 감수하려 한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러큐스대 정보학대학 조교수 야스미나 타체바는 "많은 경우 주장은 더 극단으로, 행동은 더 위험한 쪽으로 치닫는다"며 "크리에이터 본인은 물론 시청자까지 위험해진다. 시청자들은 무엇이 정말 유익하고 무엇이 해로운지 갈수록 구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틱톡·유튜브·메타 등 주요 플랫폼 운영사는 위험 콘텐츠를 제한하는 커뮤니티 규정을 두고 있고, 이를 어기는 이용자는 차단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플랫폼이 극단적 콘텐츠에 보상을 주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선을 넘는 행위가 줄어들 가능성은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국에서는 규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24일 소셜미디어 기업들에 위험 운전을 미화하는 영상을 삭제할 것을 촉구했다. 잉글랜드 북동부에서 역주행 차량이 경찰차와 충돌해 경찰관 2명과 차량 탑승자 5명이 숨진 사고가 계기가 됐다.
영국 통신미디어 규제당국인 오프콤(OfCom)은 지난 7월 16일 온라인안전법상 아동 보호 의무 준수 여부를 두고 틱톡에 대한 조사에 착수, 오는 10월 조사 경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위반이 확인되면 최대 1800만 파운드(약 324억 원) 또는 전 세계 매출의 10% 중 큰 쪽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6일 틱톡의 중독적 설계가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는 예비 판단을 내놨다. 불법 콘텐츠나 개인정보가 아니라 플랫폼 구조 자체를 문제 삼은 첫 집행 조치다.
이어 지난 7월 24일에도 미성년자 계정의 기본 공개 설정을 문제 삼는 예비 판단을 추가로 통보했다.
아일랜드는 '위험 챌린지'를 명시적으로 규율하는 온라인안전규약(Online Safety Code)을 시행 중이다.
사이버불링과 자해·자살·섭식장애 조장, 위험 챌린지 콘텐츠가 대상이며, 위반 시 최대 2000만 유로(약 310억 원) 또는 연매출의 10% 중 큰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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