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은 '전략적 안정' 굳히기 전략…美는 시간 벌며 희토류 자립

미중 정상회담 코앞…대만·희토류·AI가 '불안한 휴지기' 시험대
美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하트 국장, 양국 전략·쟁점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월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6.05.14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년간 충돌을 피하면서 불안한 휴지기를 이어왔지만, 대만과 희토류, 인공지능(AI) 등 핵심 현안이 미중 관계의 새로운 균열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멜라니 하트 글로벌차이나허브 선임국장은 21일(현지시간) 기고문에서 "지난 1년간 트럼프와 시진핑은 진정한 데탕트(긴장 완화)가 아닌 일시적인 안정 상태를 구축했다"며 "양측은 서로의 레드라인을 시험하면서도 긴장 고조는 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트 국장은 오는 24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측이 현재의 휴지기를 연장하려 하겠지만, 여러 현안이 이를 깨뜨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전략적 안정' 외교 틀 구축 시도

하트 국장은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를 외교적 틀 안에 묶어 미국의 행동을 제약하고 정책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려 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건설적 전략적 안정'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양국이 협력 분야를 확대하고 긍정적인 의제를 늘리는 동시에 문제를 줄이고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이 대만 문제를 더욱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의 휴지기를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 지배력을 약화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하트 국장은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면 다시 대중 강경책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파악하고 미국의 공급망 재편을 막으려 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향후 정상회담의 조건을 만드는 데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면 시 주석도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방안이 이미 논의돼 있다.

하트 국장은 이를 통해 중국이 원하는 일정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향후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무산시킬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AI, 새로운 미중 경쟁의 핵심 의제로

인공지능(AI)도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하트 국장은 양국이 AI를 경제·안보의 힘의 균형을 좌우할 전략기술로 보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6일 상하이서 개최된 세계 인공지능 협력기구(WAICO) 설립을 위한 협정에 서명을 하고 있다. 2026.7.16 ⓒ 신화=뉴스1

미국은 중국 기업들이 자국 AI 모델을 이용해 자체 모델을 개발하는 '증류(distillation)'와 중국산 AI의 악용 가능성을 문제 삼고 있다.

미국 사이버보안·인프라보안국(CISA)은 이달 초 연방수사국(FBI), 국가안보국(NSA)과 함께 중국 AI 기업 6곳이 미국의 최첨단 AI 모델을 이용해 자체 모델을 학습시키고 미국의 독점 기술을 부적절하게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중국에 AI 안전장치 강화와 안전성 시험의 투명성 제고를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자국 AI 산업을 견제하려는 조치로 보고 있다. 중국은 오히려 AI가 딥페이크와 허위정보 등에 악용돼 중국의 정치·제도·이념적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양국 모두 AI의 사이버 공격이나 생물학 무기 개발 등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구체적인 협력 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하트 국장은 평가했다.

대만·희토류, 관계 안정의 최대 변수

대만 문제는 보다 직접적인 충돌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트 국장은 지난 5월 베이징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던 트럼프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 발언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지도부가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시 주석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1982년 미국이 중국과 협의하지 않고 자체적인 안보 판단에 따라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기로 한 원칙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1980년대는 아주 오래 전"이라고 말했다.

하트 국장은 이를 중국에 대한 미국의 상당한 양보로 해석했다.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에 중국이 의견을 낼 수 있는 여지를 열어줬다는 것이다.

현재 백악관의 승인을 기다리는 대만에 대한 대규모 무기 판매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판매 시점을 내년 이후로 미루도록 미국에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희토류 역시 핵심 변수다.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미국으로 향하는 희토류와 기타 핵심 광물에 대한 새로운 수출 통제를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양국이 발표한 합의 내용에는 차이가 있었고, 최근에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이 다시 불안정해졌다.

미국이 중국산 첨단 로봇과 전력 인버터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중국도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응 조치를 취했다. 이후 중국 희토류 업체들이 미국에 대한 일부 선적을 취소하기 시작했다.

양측은 서로 상대방이 부산 무역 휴전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희토류 수출을 다시 정상화하는 방안이 핵심 협상 대상이 될 전망이다.

무역 휴전 연장·관세 인하 가능성

경제 분야에서는 무역 휴전 연장과 관세 인하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미중 무역 휴전은 11월 초 만료될 예정이다. 하트 국장은 양측이 이를 6개월 연장하는 데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관세 인하도 예상된다. 양국은 이를 '30 대 30'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각각 300억 달러 규모의 상대국 수입품에 대한 기존 관세를 철폐하는 방안이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와 보잉 항공기 구매를 추가로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 5월 미국산 제품 구매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번에 구매 규모를 늘리거나 기존 약속을 공식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 구금된 미국 측 인사들의 석방도 변수다.

하트 국장은 구금자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세 차례 정상급 회담에서 모두 구금자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은 지난 7월 4일 지하교회 단속 과정에서 구금했던 에즈라 진 목사를 석방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요하게 여기는 구금자는 여전히 남아 있다. 대표적으로 미 국무부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뒤 중국에서 수감된 에크파르 아사트가 있다.

하트 국장은 중국이 유명 구금자들을 석방할 경우 미국과의 관계에서 선의를 쌓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