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젤렌스키에게 러 정유시설 공격 중단 압박…디젤 가격 우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트럼프, 중간선거 앞두고 美 물가 의식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12.28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을 우려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전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전날(20일)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화 통화에서 핵심 메시지는 "디젤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군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중단하라고 지시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디젤 가격 상승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가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러시아산 디젤이 세계 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 후 성명을 통해 "중요한 대화였다"며 이번 주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하는 상황에서 모스크바와 인근 지역에 대해 대규모 공습을 실시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수도로 접근하던 드론 450대를 방공망이 격추했다고 밝혔으나, 대형 정유시설에 화재가 발생했으며 최소 2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을 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고 압박한 것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중간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으로 급등한 미국의 에너지 가격은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한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중단시키기 위해 지난주 자신이 서명한 대러시아 제재법의 시행을 미루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안에는 러시아의 에너지·방위 부문과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고위 당국자들이 제재 대상으로 명시됐으며 '그림자 선단' 유조선도 표적에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디젤 가격의 상승 원인을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피해를 입으면서 공급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키이우경제대학(KSE) 연구소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보다 미국·이란 전쟁이 전 세계 디젤과 석유·가스 공급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당시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어떠한 휴전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부인했다. 또한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군도 올겨울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대적인 공습을 계획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달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에너지 기반 시설 공격에 대응해 대규모 공습 작전을 준비하도록 러시아군에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