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정답 구하다 결국 생각 멈춰…美MIT "'인지적 항복' 우려"

"대학생들, 어려우면 곧바로 챗봇 의존…학습했다는 착각 가능성"

인공지능을 뜻하는 'AI' 문자 일러스트. 2026.8.1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대학가에 파고들면서 학생들이 조금만 어려움을 겪어도 AI에 답을 맡기고 스스로 사고하는 과정을 포기하는 이른바 '인지적 항복'(cognitive surrender)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교육·학습 관련 AI 특별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챗봇으로 곧바로 정답을 얻는 행위가 실제로 이해하지 못했으면서도 배웠다고 느끼는 '학습의 착각'(the illusion of learning)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위원회는 "학생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순간 AI에 의존하면서 교수에게 질문하거나 다른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과정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위원회는 "AI가 교육과 연구 전반을 보조하고 효율성을 높일 잠재력은 크다"며 "사람의 사고를 대신하기보다 능력을 확장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의존이 학습 성과를 떨어뜨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스톡홀름대와 홍콩대 연구진이 중국 중·고등학생 2만 6811명을 추적한 최근 연구에선 생성형 AI를 사용한 학생들의 숙제 점수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18% 높아진 반면, AI나 책을 사용할 수 없는 시험에선 점수가 약 20% 낮아졌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AI가 숙제 해결을 대신하면서 AI 없이 문제를 풀기 위한 심층 학습이 약화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MIT 미디어랩이 작년에 성인 5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챗GPT 등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이용해 에세이를 작성한 참가자들이 이 같은 도구 없이 글을 쓴 집단보다 뇌 영역 간 연결성과 자신이 작성한 글을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들 두 연구는 아직 동료평가를 거치지 않은 상태여서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있단 반론도 제기된다.

게다가 AI 의존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주요 대학들은 그 활용을 확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시안 베일록 다트머스대 총장은 최근 "AI를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졸업생을 배출하지 못하는 대학은 시대에 뒤처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도 "여러 연구 분야에서 AI를 활용하지 않고는 최전선에 서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시카고대는 일부 필수 사회과학 과목에서 AI 사용을 금지했고, UC 버클리 로스쿨도 학점 평가용 과제 구상과 초안 작성·수정 등에 AI를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NYT는 "대학마다 AI 정책이 제각각이고 상당수 학교가 구체적인 사용 기준을 개별 교수에 맡기면서 학생과 교수 모두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부정행위인지 혼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AI가 학생 인지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온 아니타 사르마 미 오리건주립대 교수는 "학생들은 어차피 AI를 사용할 것"이라며 핵심은 이를 "어떻게 책임 있게 사용하도록 가르칠 것인가"라고 말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