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물 국채금리 장중 5% 돌파…월가 '고금리 장기화' 걱정

유가 폭등·정부 부채 급증에…10년물 5.5%까지 상승 전망도
"경기후퇴 없는 한 고금리 지속"…'AI 호황이 금리충격 흡수 가능' 관측도

뉴욕증권거래소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14일(현지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장중 5%를 돌파하며 약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월가가 초저금리 시대 이후 '고금리의 일상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5.012%까지 올라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5% 선을 무너뜨렸다. 이후 상승폭을 반납하며 4.960%으로 거래를 마쳤다. 오는 15~16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중동 정세 불안정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은 데 따른 것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 선을 돌파한 것은 2023년 10월 23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도 10년물 금리는 장 초반 5%에 도달한 뒤, 투자자들이 가격이 떨어진 채권 매수에 다시 뛰어들면서 4.8%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되밀렸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이번 돌파가 2023년처럼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과거 1990·2000년대 국채금리가 장기간 5% 이상 수준에 머무르는 '구조적 고금리' 시대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중동 전쟁 등 금리 상승 요인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10년물 금리는 대부분 4%에서 5% 사이를 오르내렸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말 이란을 공격하기 직전에는 4%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고,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해 국채금리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주 글로벌 기준유인 브렌트유는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 요충지를 점령하면서 9% 가량 폭등했다. 기준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단기 이자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날수록 장기 국채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급증하는 미국 정부 부채도 금리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미국 국가부채는 최근 10년 전 수준의 두 배인 40조 달러(약 5경 4000조 원)를 돌파했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독일을 제외하면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 이상이거나 이에 근접한 수준이다.

정부가 막대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계속 발행하면 시장에 공급되는 채권이 늘어나며, 이는 가격을 낮추고 금리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재무부는 최근 장기 국채 바이백(조기 환매)을 확대하며 장기금리 상승 압력을 완화하려 하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연방준비제도 건물의 전경. 2012.04.03. ⓒ 로이터=뉴스1

전문가들은 미 국채금리 상승세가 계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일부는 국채 수익률이 5.5%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RBC 캐피털 마켓 소속 아이작 브룩은 "5% 수준이 매수세를 끌어들일 것으로 보이지만, 금리 시장은 여전히 중동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좌우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설명했다.

그레그 피터스 PGIM 크레디트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나는 항상 스스로에게 '금리를 낮출 요인이 무엇일까?'라고 묻지만, 고전적인 의미의 경기후퇴 외에는 찾기 어렵다"며 "금리가 더 높아지거나 높은 상태를 유지할 여건이 충분히 조성돼 있다"고 WSJ에 전했다.

다만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증시 호황이 고금리로 인한 경제 충격을 일정 부분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통 금리 상승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지만,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은 높은 차입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AI 인프라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 소속 에릭 위노그라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술 기업들이 일반 기업들과 같은 방식으로 금융 여건에 반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 장기 금리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소속 메건 스위버는 "연준이 이번 주 금리를 인상하고 인플레이션의 억제를 위해 필요한 행동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장기 금리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