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美민주주의 지표 50년 만에 최저…韓은 상승세 반전"

스웨덴 본부 IDEA '2026 세계 민주주의 현황' 보고서 발표
173개국 중 98개국 지표 악화…韓, 대표성·권리·참여 높은 수준

스웨덴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 '국제민주주의 및 선거지원기구’(International IDEA)가 14일(현지시간) '2026 세계 민주주의 현황'(GSoD) 보고서를 발표했다.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지난해 미국의 민주주의 지표가 5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전 세계 권위주의 지도자와 포퓰리스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국제기구의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은 주요 부문에서 수년 간의 하락세를 딛고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 '국제민주주의 및 선거지원기구'(International IDEA)는 14일(현지시간) 발표한 '2026 세계 민주주의 현황'(GSoD) 보고서에서 "언론의 자유부터 사법부의 독립성에 이르기까지 미국 민주주의의 주요 지표가 5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이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IDEA가 2025년과 2020년을 비교한 결과, 미국의 민주주의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 가운데 사법부의 독립성, 사법 접근권, 의회의 효율성,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7개 항목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하락이 나타났다. 미국 민주주의를 평가하는 약 30개 지표 가운데 거의 절반이 197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IDEA는 "미국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서 후퇴하면서 다자주의에 대한 신뢰가 약화하고 권위주의 지도자와 포퓰리스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IDEA가 조사한 173개국 가운데 2020~2025년 민주주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최소 한 가지 이상 악화한 국가는 약 57%인 98개국에 달했다. 반면 개선된 국가는 55개국에 그쳤다.

케빈 카사스사모라 IDEA 사무총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칭하며 "물론 이 세계적인 전염병의 진원지는 현재 미국 대통령"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후보에게 패배한 2020년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2020년 미국에서 일어난 일은 선거 과정의 신뢰성을 공격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 있어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해 백악관에 복귀했다.

카사스사모라 사무총장은 이러한 흐름이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의회의사당을 공격하면서 더욱 가속화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2023년 1월 브라질리아 폭동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그는 설명했다. 당시 보수 성향의 전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지지자 수천 명이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취임 일주일 만에 브라질 의회 등에 난입해 군사 개입을 요구했다.

카사스사모라 사무총장은 또 "미국국제개발처(USAID)를 무력화하고 결국 폐쇄하는 데 사용된 논리들이 세르비아에서 정부가 시민사회단체를 탄압하는 데 사용됐다"고 말했다.

IDEA는 선거를 지원하고 민주주의를 감시하기 위해 1995년 14개 창립 회원국에 의해 설립됐다. 현재 30개국 이상의 회원국을 두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옵서버 회원국으로 참여했지만 올해 탈퇴했다.

IDEA는 매년 '세계 민주주의 현황' 보고서를 발표하며, 국가별 민주주의 성과를 대표성·권리·법치·참여 등 네 가지 범주로 구분해 분석한다. 각 범주는 다시 언론의 자유, 사법 독립 등으로 나눠진다.

한국의 경우, 대표성·권리·법치·참여 부문의 전반적인 하락 추세가 지난해 반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IDEA는 한국의 점수에 대해 "대표성과 권리, 참여 부문에서 높은 수준의 성과를 보이고 있고, 법치에선 중간 수준의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 5년 동안 법치, 시민적 자유, 언론의 자유, 정치적 평등 등 여러 지표가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