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美휘발유 가격인하 첫날 "여전히 비싸"…싼 주유소엔 대기 줄

트럼프, 중간선거 앞두고 1일부터 '겨울용 연료' 조기 판매 승인…현장에선 아직
휘발유 1갤런당 4.1달러, 1년 전보다 28.5% 상승…"유가 상승 전쟁·트럼프 때문"

미국 환경보호청이 1일(현지시간)부터 여름용 가솔린 규제를 조기 종료하고 겨울철 혼합 연료 조기 판매를 승인했지만 워싱턴 DC 인근 주유소가 한산한 모습이다. 뒤로는 1갤런당 4달러가 넘는 가격 표지판이 보인다. 2026.09.01 ⓒ 뉴스1 이훈철 워싱턴 특파원

(워싱턴=뉴스1) 이훈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치솟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1일(현지시간)부터 여름용 가솔린 규제를 조기 종료하고 겨울철 혼합 연료 조기 판매를 승인하면서 가격 인하에 나섰지만 주유소 현장에는 아직 할인 가격이 반영되지 않아 실감하지 못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주유소를 찾은 소비자들은 저마다 기름값 상승의 원인이 이란 전쟁과 트럼프 행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휘발유 평균 가격이 1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자 미국에서도 한국처럼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 대형 할인마트 등으로 차량이 몰리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1일 겨울철 연료 판매 시행 첫날 워싱턴 DC 근교 주유소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기자가 현장을 둘러본 다섯 군데 주유소 가운데 가격이 가장 싸다는 대형 할인마트 주유소만 대기 줄이 이어졌고 나머지 주유소는 주유하려는 차량이 아예 없거나 1~2대에 불과했다.

앞서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9월 1일부터 연료 공급을 늘리고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올해 여름용 혼합 가솔린 의무 규제를 정식 기간보다 약 2주 일찍 종료하고 겨울철 혼합 연료 조기 판매를 승인했다.

11월 중간선거가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최근 이란 전쟁의 장기화 여파로 기름값 오름세가 이어지자 겨울용 연료 조기 판매라는 극약 처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유업계는 겨울철 가솔린이 판매될 경우 1갤런당 0.1~0.3달러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주유소 현장에서는 아직 가격 인하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분위기가 전해졌다. 정부가 겨울철 연료 판매를 승인했지만 주유소마다 기존 재고 소진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 일부 주유소는 정부의 겨울철 연료 판매 승인에 대해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형 할인마트 주유소 관계자는 "동절기 휘발유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며 "그런 구분이 있다는 건 알지만 언제 적용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A 주유소는 "지난주 가격 조정이 있을 것이란 얘기를 듣긴 했지만 지금 가격이 동절기 가격인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고유가로 기름값이 비싸지다 보니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하는 주유소에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기자가 찾은 대형 할인마트 주유소의 일반 휘발유 가격은 1갤런당 3.68달러, 프리미엄 휘발유 4.53달러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다. A 주유소도 일반 휘발유가 3.73달러로 인근 주유소에 비해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두 곳보다 다른 주유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다보니 긴 줄이 이어졌다.

현금가 기준 주변 주유소보다 1갤런당 1달러 저렴하게 판매 중인 A 주유소 관계자는 "그래도 주유는 해야 하기 때문에 인근 주유소보다 싸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찾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바로 옆에 위치한 또 다른 주유소 3곳은 일반 휘발유 가격이 1갤런당 3.99달러, 4.16달러, 4.46달러로 천차만별이었다.

미국자동차협회(AAA) 데이터에 따르면 1일 기준 일반 가솔린의 전국 평균 주유소 가격은 1갤런당 4.10달러로, 1년 전 약 3.19달러에 비해 0.91달러(28.5%) 상승했다.

지난달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1갤런당 4.08달러로 미국자동차협회가 가격 조사에 나선 2000년 이후 역대 8월 최고가를 기록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휘발유 가격이 여전히 높게 형성되자 미국인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버지니아주에 거주 중인 헤리는 현재 기름값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너무 비싸다"며 "1갤런당 1달러 50센트나 2달러 정도 해야 한다. 이건 아니다.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이어 고유가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이란 전쟁도 문제"라며 "하지만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트럼프) 정부가 좋지 않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유소 관계자도 "저는 전기차를 타지만 비싼 것 같다"며 "지금은 그나마 낮아진 편이지만 몇 달 전, 6개월 전만 해도 4달러가 넘었다"고 말했다.

이란 전쟁이 고유가의 원인이냐는 질문에 "확실히 그렇다고 본다"고 답했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