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야마 "자유민주주의 싫증난 인간들, 트럼프식 포퓰리즘 넘어가"

회고록 출간 앞두고 NYT 인터뷰
"트럼프, 폭군 대신 그냥 부자 원한다 봤는데…그정도론 충분치 않았다"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달린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의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08.2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세계적인 정치 석학인 프랜시스 후쿠야마(73)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세계 각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시한 포퓰리즘이 부상한 배경으로 '자유민주주의에 싫증이 난 인간들의 선택'을 지목했다.

후쿠야마는 31일(현지시간) 공개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현시대 '최후의 인간들'은 극도로 불안해진 나머지, 모든 것이 썩었다고 설득하는 포퓰리스트 선동가들에게 넘어갔다며 "이는 30여 년 전에 이미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었던 결과"라고 말했다.

'최후의 인간'이란 그의 초기 저작인 '역사의 종말'에서 언급된 개념으로, 위험과 야망 대신 안락함과 안전을 택하는, 자족적이고 퇴폐적인 인물을 가리키는 니체의 용어다.

후쿠야마는 1989년 계간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역사의 종말'에서 냉전 종식과 경제·정치적 자유주의의 승리를 예견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이를 확장해 1992년 펴낸 첫 저서 '역사의 종말'(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은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 후쿠야마는 권태와 불안이 기성 체제에 대한 분노로 번질 수 있다고 예측하며, 자유민주주의의 확산이 종래에는 '최후의 인간'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늘날 자유민주주의가 처한 곤경은 자신의 초기 저작을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입증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으로, 이는 오는 8일 출간될 그의 회고록 '최후의 인간의 왕국에서'(In the Realm of the Last Man)에도 담겼다.

다만 후쿠야마는 자신의 예측이 빗나간 부분도 인정했다. 그는 첫 책에서 당시 뉴욕의 부동산 재벌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안에서 야망을 충족할 수 있는 인물로 언급했었다.

후쿠야마는 트럼프 대통령이 "폭군이 되는 대신 그냥 엄청난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봤는데, 부자가 되는 것만으로는 그에게 충분치 않으리라는 걸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성공적인 자유민주주의가 가져온 평화와 번영의 시기를 거친 뒤 싫증을 느껴 그것을 파괴하려 들고, 스스로를 권위주의와 갈등과 전쟁으로 몰아넣었다가 다시 거기에 지쳐 자유민주주의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순환적 체제 안에 갇힐 운명인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후쿠야마는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일간지 키이우인디펜던트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권력을 유지하느냐가 세계 민주주의의 결정적 변수라며, 2026년 세계 경제와 외교 정세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11월 치러질 미국의 중간선거를 지목한 바 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