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네타냐후와 '거리 두기'…총선 앞두고 지지 선언 주저

이란·가자 정책 놓고 갈등 심화…네타냐후 지지율도 하락
이스라엘 야권 인사, 트럼프에 중립 요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2025.12.2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지지 표명을 주저하고 있다고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취임 초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가 사면을 받아야 된다며 두둔하던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란과 레바논 및 가자지구 문제 등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갈등을 겪은 데다 이스라엘 내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복수의 미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지지 표명을 하지 않는 것은 네타냐후 총리와 중동 정책에 대한 갈등이 원인이다.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는 네타냐후 총리를 좋아하지는 그의 결정과 정책에 대해 불만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별칭)의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안을 거부하면서 두 정상의 갈등은 격화됐다. 15개 항목으로 구성된 평화안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장해제와 이스라엘의 단계적 철군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9일 내각회의에서 "이스라엘은 15개 조항으로 구성된 문서를 거부한다"며 "이스라엘군은(IDF) 하마스가 무장해제될 때까지 어떠한 철수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자는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우리는 비비의 정치적 필요를 이해한다"면서도 "그가 우리가 요구하는 일을 계속 이행한다면 문제삼지 않을 것이다. 특히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경쟁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지지 표명을 하지 말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가디 아이젠코트 전 참모총장과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와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 등 네타냐후 총리의 여러 정적들이 지인과 후원자, 정치적 우군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중립을 지켜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한 전직 미국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의 저조한 여론조사 지지율 때문에 선거 개입을 꺼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만났을 때 참모 중 한 명에게 이스라엘 내 여론조사 결과를 물어봤고, 해당 참모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네타냐후 총리는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최근 몇 주간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지지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명시적인 지지선언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라디오 진행자 휴 휴잇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에서 그보다 총리직을 더 잘 수행할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또한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도 네타냐후 총리를 "훌륭한 전시 총리였다"며 과거형으로 표현했다.

이란과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중동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총선이 중요하다. 자칫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으나 네타냐후 총리가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미국의 중동 정책에도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스라엘 총선은 오는 10월 27일에 열린다. 네타냐후 총리는 총선을 불과 75일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실제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네타냐후 총리의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정당들은 49~53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현재 보유한 68석은 물론 정부 구성에 필요한 61석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반면 이스라엘 야당들은 67~70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타냐후 총리의 최대 경쟁자인 아이젠코트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