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차세대항모 '증기식 사출기' 복귀 지시…예산낭비 논란

트럼프 "전자기 사출기는 복잡해"…설계 변경에 일정지연·비용급증 불가피

지난 2024년 4월 11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열린 '한·미·일 해상훈련'에서 미 해군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에서 F/A-18E 함재기가 발진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2024.4.12 ⓒ 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세대 미 해군 항공모함에 탑재될 예정이었던 최신형 전자기식 사출기(EMALS)를 구형 증기식 사출기로 교체할 것을 지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에 전자기식 사출기를 제거하고 증기식 사출기로 변경할 것을 지시하는 국가안보 대통령각서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해군에 포드급 4번함으로 명명될 도리스 밀러함를 비롯해 앞으로의 모든 항공모함을 재설계하도록 지시한다. 이미 건조된 제럴드 R. 포드함(1번함), 존 F. 케네디함(2번함), 현재 건조 중인 엔터프라이즈함(3번함)은 전자기식을 유지한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현재의 더 복잡한 최신 시스템보다 복원력이 뛰어나며, 실전에서 검증된 증기·유압 시스템 기반 항공모함 건조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또한 해양 산업 기반의 일부를 재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기식 사출기는 고온고압 증기를 팽창시켜 항공모함에서 항공기를 발진하는 장치다. 유지보수가 어렵고 사고 위험이 높아 미 해군은 포드급 항공모함부터 전기와 모터를 사용하는 전자기식 사출기를 탑재했다. 지난 2009년 취역한 니미츠급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함이 증기식이 장착된 마지막 항공모함이었다.

미 해군 항공모함 USS 제럴드 R. 포드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시절이었던 2017년 시사주간 타임 인터뷰에서 해군에 차세대 항공모함의 전자기식 사출기를 버리고 "빌어먹을 증기식으로 복귀하라고 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는 포드함의 전자기식 사출기를 두고 "디지털이라니, 나쁘게 들렸다. 뭐가 디지털인가?"라며 "그건 아주 복잡해서, 작동 방식을 이해하려면 아인슈타인이 돼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대통령직에 복귀한 뒤에도 포드함이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는 전자기식 사출기를 달았다"며 증기식 복귀를 주장했다. 지난달에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전자기식이 "전혀 좋지 않고 너무 복잡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 해군 및 방위산업계 고위 관계자들은 차세대 항모의 핵심 설계를 전면 수정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고 우려했다.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 소속 해군 전문가 브라이언 클라크는 전자기식 사출기를 증기식으로 교체한다면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복잡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WSJ에 설명했다. 그는 전자기식의 유지보수 비용이 더 저렴할 뿐만 아니라, 운용 인력도 적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출기 제조업체 제너럴 아토믹스 역시 성명을 통해 밀러함에 대한 작업률이 거의 50%에 달하는 상황에서 "지금 방향을 바꾸는 것은 상당한 비용 및 일정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항공모함 운용국들은 전자기식 사출기를 도입하는 추세다. 중국은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함에 전자기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프랑스도 신형 항공모함에 전자기식 사출기를 탑재할 계획이다.

미 항공모함 함재기 조종사 출신 마크 켈리 상원의원(민주·애리조나)은 "나는 항공모함에서 수백 번 이륙해 봤고 항공공학 석사 학위가 있으며 시험 비행조종사도 해봤지만, 함정의 특정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하라고 해군에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는 자기 전문 분야인 무도회장, 파산, 헛소리에나 몰두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