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美 투자한 외국 조선소, 모국서 美군함 2척 건조 허용"
미국 조선소 투자·미국인 고용 전제로 초기 물량 해외 건조 허용
트럼프, 항모 증기식 복귀·80여년 만의 제5 공영 조선소 추진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 투자하는 외국 조선업체가 모국 조선소에서 미군 함정 초기 물량 최대 2척을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미국 조선소 건설 또는 인수와 미국인 인력 채용·훈련, 기술 이전, 미국 공급망 구축을 조건으로 내건 방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국가안보 대통령각서에서 외국 업체가 미국 내 새 조선소를 짓거나 기존 조선소의 과반 지분을 확보하면 최대 3개 함정 계열에 대해 초기 2척까지 해외 모기업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함정은 모두 미국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
해외 업체는 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고 훈련해야 한다. 또 모국 조선소의 독자적 건조기법과 기술을 미국 조선소에 이전하고, 건조와 정비에 필요한 공급망도 미국에 구축해야 한다.
단순 해외 발주가 아니라 해외 생산 역량을 미국 산업기반으로 옮기는 것이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서에서 이를 해안경비대 중형 쇄빙선 사업에 처음 적용한 '핀란드 모델'로 규정했다.
국방부는 앞으로 수상전투함 경쟁 조달 방안과 함께 해상 보급 유조선, 차량·장비 수송용 로로선 조달에 이 모델을 적용하는 계획을 90일 안에 제출해야 한다.
다만 해외 건조 계약이 자동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조선소 건조 금지 규정인 연방법 10편 8679조에 따른 국가안보 예외 판단 권한을 국방장관에게 위임했으며, 각 예외 결정은 의회 통보 뒤 30일이 지나야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조치는 백악관 예산관리국이 지난달 21일 의회에 밝힌 입장보다 더 구체화됐다.
당시 OMB는 하원이 통과시킨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의 1025조가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한 초기 전투함 조달을 막는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OMB는 미 주요 조선소의 6개 핵심 사업에 대규모 적체가 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조선소에 직접적인 외국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수상전투함 2척과 비전투 지원함 2척을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에도 한국과 다른 나라 기업을 살펴보겠다며 미국 밖에서 만들어진 일부 선박도 구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 조선소가 유력한 협력 후보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다만 한국 업체가 실제로 미 해군 함정 건조를 맡으려면 의회와 예산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
하원은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될 전투전력함 조달에 해군 예산을 쓰지 못하게 하는 조항을 담은 법안을 이미 통과시켰고, 상원도 전투함 해외 건조에는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각서는 항공모함 사업에도 직접 개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CVN 81 건조 과정에서 전자식 항공기 발진체계와 첨단 무기 엘리베이터를 기존의 증기식·유압식 체계로 바꾸는 방안을 60일 안에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또 잠수함과 항공모함 정비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80여년 만에 제5 공영 해군 조선소를 세우는 계획을 120일 안에 마련하도록 했다.
새 조선소는 태평양 함대와 가까운 미국 본토와 알래스카, 하와이 또는 미국령을 후보지로 검토하며 최대 3개 신규 드라이도크 건설 방안도 포함해야 한다.
미국 해군은 현재 291척의 전투전력함을 운용하고 있으며 법정 목표는 355척이다. 백악관은 복잡한 설계와 반복적 설계 변경, 부족한 경쟁과 공급망 약화가 비용 상승과 인도 지연, 사업 취소라는 문제를 유발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해외 건조 허용이 실제 계약과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로 이어질지는 향후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 조정과 의회 통보 절차, 보안·전투체계 통합 조건을 모두 통과할지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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