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제재·보복 격화…'기선제압' 힘겨루기?

로봇·폴리실리콘부터 기업제재까지 공방 확산
전문가 "적정선 관리 가능성"…'판 깨기'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자료사진>. 2026.05.1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다음 달로 예상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중이 각종 무역·제재 조치를 주고받으며 양국 관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중 간 공방이 시 주석의 방미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미국은 최근 중국을 겨냥한 각종 규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도 '상호주의'를 내세워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달 말 인간형(휴머노이드)·4족 보행 로봇 신규 모델의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강제노동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중국 기업 43곳을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 적용 대상 명단에 추가했다.

미 국방부는 중국 명문대인 푸단대와 상하이교통대 등을 국가안보상 위험이 있는 외국 연구기관 명단에 새로 포함했다. 미 재무부도 이란산 석유·석유제품 거래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중국계 정유사와 해운업체, 선박 등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태양광 패널과 반도체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에 가격 하한제를 설정하고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중국이 '과잉 생산'과 보조금을 앞세워 미국의 생산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해 왔다. 이번 조치 역시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성조기와 중국 오성홍기 일러스트.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중국도 미국의 잇단 압박에 맞대응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5일 미국 기업 7곳을 제재하고 미국으로 수출되는 드론과 관련 기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제품 등이 중국 시장에 진입할 때 적용받던 신속 인증 절차도 중단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 산하 사이버보안심사판공실은 6일 미국 사이버보안 업체 팔로알토 네트웍스를 상대로 국가안보를 이유로 사이버보안 심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CNN 방송은 "양국의 맞대응은 지난해 미중이 격렬한 무역전쟁을 벌였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며 "긴장이 더 고조될 경우 중국이 시 주석의 방미 일정을 보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문도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두 정상이 양국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갈등 역시 일정 수준에서 관리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쑨청하오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적 공간을 유지하고 통제되지 않는 행동과 반작용의 악순환을 피할 유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최근 미국의 잇단 규제에 맞대응하면서도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정상회담 자체를 흔들 정도로 갈등을 키우지는 않으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쑨 연구원은 다만 "중국의 자제를 미국의 조치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봐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 오성홍기와 희토류 원소 기호 및 원자번호 일러스트.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AI·희토류가 향후 변수…그래도 '판 깨기'는 부담

향후 미중 갈등의 최대 변수로는 인공지능(AI)이 꼽힌다.

조지 첸 아시아그룹(TAG) 디지털 부문장은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AI 모델을 제재할 경우 갈등의 파장이 미국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 AI 모델을 금지한다면 미국 기업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사실상 전 세계 기업의 중국 AI 모델 사용을 제한하려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추가로 꺼낼 수 있는 대응 카드로는 세계 정제 희토류 공급망에 대한 압도적인 영향력이 언급된다.

다만 미중 모두 단기간에 경쟁 자체를 끝낼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고, 정상 간 소통을 유지할 필요성에도 공감하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미중 정상회담을 무산시킬 정도의 '레드라인'은 피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선딩리 상하이 국제관계학자는 "중국과 미국 모두 현실적"이라며 "상대 국가가 자국에 가능한 한 적은 위협이 되도록 만들려 하면서 동시에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