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참모진 경고에도 '백신·자폐증 연결' 행정명령 검토"
아동 접종 일정·자폐증 연구 의제로…범위와 발표 시점은 미정
중간선거 악재 우려에도 대통령이 직접 압박…과학계는 연관성 부인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 의혹을 다시 행정부의 핵심 의제로 끌어올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백악관이 아동 백신 접종 일정과 자폐증 연구를 재조정하는 행정명령을 검토 중이며,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발표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르면 다음 주 행정명령이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으나 백악관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이번 움직임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진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논란이 될 만한 백신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공화당 득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일부 당국자들은 보건복지부(HHS)가 약값 인하나 건강보험 개혁처럼 유권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민생 의제로 주안점을 옮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참모진은 선거를 고려해 정치적 리스크가 큰 의제를 피하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주장해 온 백신 의제를 주요 국정 성과로 포장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한 인터뷰에서 "백신의 효과는 믿지만 모든 백신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접종 용량을 나누거나 일부 접종 항목을 줄이는 방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몇 달간 트럼프 대통령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등 고위 당국자들에게 백신 검증을 강화하고 자폐증 원인 규명 조치를 확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네디 장관은 입각 전부터 대표적인 '백신 회의론자'로 활동해 온 인물이다. 취임 직후 자폐증 연구를 대폭 확대하고 백신 안전성 조사를 포함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백악관 내부에서는 아직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케네디 장관이 추진해 온 아동 백신 접종 축소와 연방 백신 자문기구 개편 조치는 이미 법적 걸림돌에 부딪혔다.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은 지난 3월 보건복지부가 정식 절차를 우회해 아동 접종 권고안을 변경하고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를 재구성하려 한 조치에 대해 위법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주요 행정 변경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켰다.
정책 추진을 둘러싼 가장 큰 걸림돌은 과학적 근거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수백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러 대규모 연구에서 백신과 자폐증 간의 인과관계는 단 한 차례도 입증되지 않았다.
특히 MMR(홍역·풍진·볼거리)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1998년 논문은 데이터 조작과 이해충돌 문제가 드러나 공식 철회됐으며, 이후 진행된 수많은 후속 연구 역시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일관되게 내놓았다.
자폐증 진단 건수의 증가를 특정 백신이나 환경적 요인 탓으로 돌리는 것 역시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의 아동 자폐증 진단 비율은 2000년 150명당 1명에서 2022년 31명당 1명으로 급증했으나 학계는 이를 진단 기준의 확대와 조기 검진율 향상, 사회적 인식 개선에 따른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만약 이 행정명령이 실제로 발령된다면 백신 정책의 과학적 신빙성과 연방 보건기관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의 정치적 부담도 한층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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