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팔고 엔화 산 게 아냐?"…유로 매도 뒤늦게 안 ECB '당혹'

ECB 총재 라가르드, 1일에야 美재무와 환율개입 논의
유럽 당국자들 "달러 사용하는 게 관례인데…충격적이고 슬픈 일"

EU기 앞의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07.2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이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유로화를 팔고 엔화를 사들인 뒤 유럽중앙은행(ECB)에 사후 통보해 유럽 금융당국을 충격에 빠뜨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안에 정통한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ECB 당국자들은 지난달 31일 미국과 일본의 거래가 모두 완료된 후에야 미 연방준비제도의 유로화 매도 사실을 전달받았다. 미국과 일본이 30년 만에 단행한 대규모 공동 환율 개입 과정에서 주요 축이어야 할 유럽이 완전히 배제된 셈이다.

거래가 집행된 이튿날인 1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뒤늦게 통화에 나섰으나 냉각된 기류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ECB 고위 관계자들은 자국 통화인 유로화가 타국의 외환 시장 개입 수단으로 쓰인 데다 사전 협의조차 없었다는 점을 두고 서방 통화 당국의 신뢰 관계를 무너뜨린 심각한 관행 위반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6월 11일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6.6.11 ⓒ 로이터=뉴스1

한 유럽 정책당국 관계자는 미국의 유로 매도가 "매우 놀랍고 슬픈 일"이었다며 "이런 일은 이전에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전후 서방 중앙은행과 재무부가 금융 안정을 위해 쌓아온 신뢰와 협력의 전통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상 미국이 일본과 함께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설 경우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는 방식이 사용된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을 통해 유로를 팔아 엔화를 매입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달러를 직접 매도하면 강달러 기조를 포기한다는 신호로 비칠 수 있어 유로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재무부는 교환안정기금 안의 자산 배분은 외국 당국과 조율하는 사안이 아니라며, 시장 유동성과 자산 가치 등을 고려해 보유 자산을 재배분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ECB는 논평을 거부했다.

이번 개입으로 엔화는 달러당 164엔 부근에서 157엔대까지 올랐지만 이후 158엔 선으로 일부 되밀렸다.

일본은 이틀 동안 약 13조8000억 엔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엔화 매입 참여는 일본이 엔화 방어 자금을 마련하려고 미 국채를 대규모 매도하는 상황을 막으려는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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