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 막힌 트럼프, '출산 관광' 우회 공략…시민권 제한 재도전(종합)

비자 취소·영구 입국금지 추진…외국정부 직원·상업적 대리출산도 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8.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출산 관광'을 목적으로 자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의 비자를 취소하고 입국을 금지하는 한편, 이를 통해 태어난 자녀의 출생시민권도 인정하지 않는 방안을 다시 추진한다.

6일(현지시간) 백악관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출산 관광 종식'과 '미국 시민권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지속적인 보호'란 제목의 행정명령에 각각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산 관광 종식' 행정명령에서 비이민 비자로 미국에 들어와 출산하거나 다른 외국인의 원정 출산을 알선하는 행위를 '출산 관광'으로 규정했다.

미 국무부와 국토안보부는 이번 명령에 따라 출산 관광 목적 비자와 여행 허가 발급을 거부하고 입국을 차단할 수 있다. 이미 입국했거나 입국을 시도한 외국인 비자를 취소하고 영구 입국 금지 조처를 내리는 방안도 명령에 포함됐다.

명령은 과거 출산 관광에 참여한 외국인 입국을 거부하거나 추방하고, 이를 알선한 미국 안팎의 개인과 업체·단체도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인도주의적 사유나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경우 국무·국토안보장관이 예외를 인정할 수 있게 했다.

'미국 시민권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지속적인 보호' 명령에선 부모 중 어느 쪽도 미 시민이 아닌 경우를 전제로 출생시민권을 인정하지 않을 4개 범주로 △부모 중 1명이 미국이 지정한 외국 테러단체 구성원이나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 등 '적성 외국인'인 경우 △대사와 대사관·영사관 직원 등 외국 정부 또는 국제기구 직원인 경우 △부모가 출생시민권 취득을 목적으로 출산 관광이나 상업적 대리출산 계약을 이용한 경우 △연방법에 따라 시민권이 부여되지 않는 미국령 또는 영해에서 태어난 경우를 제시했다.

명령에 따라 미 국무부와 법무부, 국토안보부, 사회보장국 등은 이에 해당하는 자녀의 시민권을 인정하는 여권이나 사회보장번호 등 문서를 발급하거나 주·지방정부가 발급한 관련 문서를 인정하지 않게 된다. 각 부처는 30일 안에 공개 시행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 "새 시민권 제한이 향후 출생자에게 적용된다"고 보도했다. 다만 행정명령 원문엔 정확한 적용 개시일이 명시되지 않아 구체적인 기준은 부처별 지침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출생시민권 제도가 "웃음거리로 전락했다"며 "매우 불공정하기 때문에 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6월 30일 연방대법원에서 패소한 지 한 달여 만에 적용 범위를 좁혀 내놓은 것이다.

대법원은 당시 6 대 3으로 미국에 불법 체류하거나 임시로 머무는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도 수정헌법 제14조에 따라 미 시민이라고 판결했다. 다만 외교관 자녀나 미국을 점령한 적군 자녀 등 기존의 좁은 예외는 인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엔 외교관·적군 자녀에 관한 기존 예외와 입국 과정의 사기 행위를 근거로 시민권 제한을 정당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국 정부 직원 범위를 외교적 면책특권이 없는 일반 직원까지 넓히고 부모의 비자 사기를 이유로 자녀의 헌법상 시민권까지 부인할 수 있는지를 놓고 다시 소송이 제기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도 이번 명령에 따른 즉각적인 법적 공방을 예상했다.

미국은 이미 2020년부터 자녀의 시민권 취득을 주된 목적으로 관광비자를 신청한 것으로 판단되면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올 4월 '출산 관광 이니셔티브'를 가동했고, 법무부도 6월 말 연방 검찰에 비자 사기와 돈세탁·신원 도용·전신 사기 혐의를 적극 적용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출산 관광 규모를 보여주는 정확한 정부 통계는 없다. 미 이민정책연구소(MPI)는 가장 넓은 추산으론 연간 2만 2000~2만 6000명으로 보면서도 2024년 해외 주소를 기재한 산모의 미국 내 출산은 약 9600건이었다고 밝혔다. 해외 주소 산모가 모두 시민권 취득을 목적으로 입국한 건 아니어서 이 수치 역시 정확한 출산 관광 건수는 아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