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워시 연준의장과 수시 통화…이례적 소통에 독립성 논란
이란 전쟁·AI 등 경제 현안 소통…비난·욕만 했던 파월과 반대
워시가 독립적 결정 내릴 수 있을지가 관건…일부 전문가 '회의적'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이례적으로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준의 독립성 침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복수의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 의장의 취임 이후 의장과 여러 차례 직접 통화하며 이란 전쟁과 급속한 인공지능(AI) 발전의 경제 영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문제를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대통령과 연준 의장 간의 소통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 수십 년간은 형식적이고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점에서 이번 행보는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연준의 독립성을 불편해하며 연준이 금리 결정을 할 때 본인과 상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워시 취임식에서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일하라”고 강조했다. 이는 전임 의장 제롬 파월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태도와는 대조적이다.
워시는 트럼프와의 대화에서 미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였는데,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가치 있는 외부 경제 자문역”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은 텔레비전에서 워시 의장을 본 후 그의 외모를 칭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워시 의장의 이러한 관계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연준을 감독하는 상원 은행위원회의 민주당 의원들은 워시에게 대통령과의 접촉에 대해 더 자세히 공개할 것을 거듭 압박해 왔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이 연준의 신뢰와 역량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재량권을 주고 있다”며 독립성을 존중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연준은 이에 대해 별도의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과거 파월 의장은 대통령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혹시라도 만날 일이 있으면 공개적으로 먼저 일정을 밝히는 등 독립성을 유지하려 했다. 파월 의장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의 이런 '거리 두기'가 트럼프와의 갈등을 심화시켰다고 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워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잘 구축하려는 노력은 이러한 상황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하지만 워시가 트럼프와 긴밀히 소통하는 행보가 현재로서는 큰 문제가 없다 해도 향후 금리 정책 등 핵심 사안에서 대통령의 의중과 연준의 판단이 충돌할 경우, 이 관계가 자산이 될지 부담이 될지는 불투명하다고 WSJ은 보았다.
전문가들은 워시가 트럼프와의 관계를 활용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정책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전문가들도 다소 비관적이다.
연준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엘렌 미드 듀크대 교수는 “트럼프가 재량권을 주어 워시에게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최근 기자회견을 보면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금리 동결 후 기자회견에서 워시 의장이 겉으로는 금리 인상 필요성을 말했지만 '대중에게 2% 목표 달성 의지와 이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더 강조했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역사적 사례에서도 대통령과 가까운 연준 의장이 어떤 일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닉슨 대통령은 1970년대 초 아서 번스 의장을 압박해 선거 전 금리를 낮추도록 했다. 1971년 12월 백악관 집무실 통화 녹음에는 번스가 다음 주 금리 인하를 위해 동료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내용이 담겼다. 닉슨은 이 말을 듣자 "잘하고 있다. 그들의 엉덩이를 살짝 차줘라(kick ’em in the rump a little)”며 격려했다.
닉슨은 대선에서 압승했지만 이후 인플레이션이 폭발하며 연준과 백악관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정치권이 연준에 직접 압력을 행사한 결과가 경제에 큰 부작용을 낳았기에 연준의 독립성을 더 강하게 지키려는 제도적·문화적 변화가 생겼다는 말이다.
ky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