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에 연봉 15억 안 아깝다"…월가 '수학 천재' 모시기 경쟁

'알고리즘 금융투자' 퀀트업계, AI 업계와 인재풀 겹쳐
학문 뜻 있던 학생들도 100만달러 연봉에 기업 이동

체스 대회 <자료사진>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현금이 넘쳐나는 월가와 실리콘밸리가 소수의 천재 수학과 졸업생들을 두고 치열한 영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천재 한 명이 알고리즘 개발과 모델링에 성공하면 막대한 수입을 가져올 수 있기에 100만 달러(약 14억4000만원) 연봉도 아깝지 않다는 분위기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붐과 함께 기업들의 수학·컴퓨터 과학 인재 확보 전쟁이 본격화됐다. '퀀트' 업계에선 대형 언어모델을 다루는 기술이 금융 알고리즘과 겹친다는 점에 주목하며, 신입 박사와 졸업생들에게 수십억 원대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

뉴욕의 채용업체 대표는 "예전엔 100만 달러 연봉이 이례적이었지만 이제는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며 "오픈AI 이전과 이후로 시장이 갈린다"고 말했다.

퀀트(정량 투자금융)란 수학적·통계적 모델을 이용해 금융시장에서 투자 전략을 세우고 자동화된 거래를 수행하는 분야를 말한다. 수학·컴퓨터 과학 인재들은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수학적 모델링을 하거나 머신러닝을 적용하는 등의 일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수학·통계·컴퓨터 과학을 모두 잘해야 하는데 이런 인재는 극소수다. 게다가 퀀트 회사들은 AI 연구소와 같은 풀(pool)의 인재를 두고 경쟁한다.

한 스타 연구원의 알고리즘은 수억 달러 수익을 낼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 퀀트 회사인 제인스트리트는 올해 1분기 103억 달러의 이익을 기록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머신러닝 박사 과정을 밟던 앤드루 라이는 "결과를 빨리 확인할 수 있고 보상도 더 높았다"며 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 인턴 경험 후 퀀트 회사 옵티버를 선택했다.

옵티버 미국 최고운영책임자(COO) 찰리 휘트머는 "뛰어난 인재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임금은 자연스럽게 오른다"고 말했다.

초봉은 35만~50만 달러이며, 최저 연봉조차 몇 년 안에 100만 달러를 넘기는 것이 흔하다. 한 관계자는 드물지만 신입 사원에게 150만 달러까지 제시하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쟁은 대학 캠퍼스에서도 벌어진다. MIT에서 수학과 컴퓨터 과학을 공부하는 로라 장은 고등학교 수학 경시대회에서 처음 퀀트 회사를 접했다.

당시 기업들은 로고가 새겨진 물병과 티셔츠를 나눠주며 학생들에게 존재감을 알렸고, 여름 수학 캠프에서는 직접 활동을 주도하며 강연까지 했다. 장은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게 특별하다. 다른 산업에서는 잘 없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퀀트 회사들은 이른바 '너드(특정 분야에 외골수처럼 깊이 빠져든 사람) 문화'를 적극 활용한다. 옵티버는 체스 그랜드마스터를 후원하고 매년 체스 대회를 개최하며, 경쟁사 큐브 리서치 앤드 테크놀로지스는 사내 루빅스 큐브 대회를 연다. 이런 문화와 막대한 보상은 학생들의 진로를 바꾸기도 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연구소의 알바로 카르테아 교수는 "처음엔 학계 최고가 되겠다는 포부로 박사 과정을 시작하지만, 월 3만 달러 이상의 여름 인턴십을 제안받으면 대부분 인턴을 한 후 산업으로 방향을 튼다"고 말했다. 그는 "유혹이 너무 강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금융과 AI 업계는 프로 스포츠 선수 영입전처럼, 소수의 천재 졸업생을 두고 치열한 '몸값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정말로 수학적 소양이 필요한 다른 분야의 인재를 빼앗길 위험도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