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수장 연임 충돌에…美, 佛대사 '아그레망' 지연·거부 검토
프랑스, 튀르크 인권최고대표 연임 반대표 던지 美 공개비판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유엔 인권최고대표 연임 투표를 둘러싼 프랑스 측의 공개 비판에 격분해 차기 주미 프랑스 대사에 대한 '아그레망'(외교 사절에 대한 주재국의 사전 동의)을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차기 주미 프랑스 대사로 장 노엘 바로 외무장관의 비서실장 오렐리앙 르슈발리에를 임명했다. 프랑스는 오는 9월까지 부임이 완료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는 앞서 지난 24일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 연임 투표를 계기로 충돌했다. 튀르크 인권최고대표는 미국의 이민 정책과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을 강력히 비판해 왔다.
당시 미국은 튀르크 임기를 4년 연장하는 안건에 러시아, 북한, 이스라엘 등과 함께 반대표를 던졌다. 안건은 찬성 144표, 반대 10표, 기권 13표로 가결됐다. 한국은 기권했다.
주제네바 프랑스 대표부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려 "미국은 한때 인권의 등대였지만 더는 아니다"라며 "오늘날 미국은 북한, 니카라과, 말리, 러시아와 함께 고립돼 서 있으며 세계는 더 이상 미국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프랑스의 비판은 트럼프 행정부 내 일부 고위 당국자들의 상당한 분노를 자극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7일 미국 유엔 대표단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프랑스를 비판하며 퇴장했다.
아그레망을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조치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외교 소식통들은 미국이 대사 지명자에 대해 절차를 지연시키거나 공개 거부하는 경우는 드물며, 비공식적으로 우려를 해결한 뒤 공식 결정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오랜 동맹국인 프랑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취임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부과와 덴마크령 그린란드 합병 시도 등으로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충돌해 왔다.
이달 중순에는 바로 장관이 유럽 내 '문명적 자긍심'을 진흥하는 단체에 대한 미 국무부의 자금지원 계획을 두고 "선거에 대한 외세 개입 시도"라고 비판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돈 찰스 쿠슈너 주프랑스 미국 대사는 연이은 국내정치 발언으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다만 또 다른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이 프랑스와의 긴장을 완화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프랑스 외교 당국자는 튀르크 대표의 연임을 둘러싼 갈등이 "미국과의 긴밀한 대화를 방해하지 않는다"며 "표결에 관한 의견 차이가 양국 관계의 질이나 협력 능력을 의심케 하지는 않는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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