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강공이냐 외교 돌파구냐…중동전역 확전 기로에 美 고심
이란, 요르단 미군기지 선제타격…"방어에서 공세 전환" 신호일 수도
이라크·홍해 포성에 사우디 참전 변수까지…보복 악순환 재연 우려
- 최종일 선임기자, 장용석 기자,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장용석 강민경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소강 국면을 깨고 다시 격화하면서 중동 전역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이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겨냥해 탄도미사일 선제 공격을 감행한 데 이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를 공동 공습하면서 그동안 페르시아만에 집중됐던 전선이 이라크와 요르단, 홍해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는 양상이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란은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간)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는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란이 미국 목표물을 직접 겨냥해 선제 공격에 나선 첫 사례로 평가된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성명을 통해 요르단 내 미군 공군기지와 미 중부사령부(CENTCOM) 관련 시설을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번 공격이 미국의 "공격적 행동"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이 발사한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밝혔고, 요르단군 역시 자국 영공으로 향한 이란 미사일 5발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후 이란에 대한 보복 공습에 나섰다. 사령부는 29일 성명을 통해 "중동 주둔 미군을 겨냥한 전날 이란의 공격 시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라며 이란 내 목표물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군사 전략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SWP)의 하미드레자 아지지 연구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 공격은 미국이 새로운 군사 작전에 참여하거나 이를 시작하지 말라는 경고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제이슨 캠벨 선임연구원은 중동 매체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주도권과 추진력을 다시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과거부터 미국이 공격 중단을 선언하는 것은 재무장하고 다음 단계 공격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해왔다"며 "이번 공격은 미국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대니 시트리노비츠 연구원도 SNS에서 "이란 지도부는 워싱턴의 결정에 단순히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대결의 속도를 스스로 결정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시트리노비츠 연구원은 "이란 입장에서 공격적 행동은 여전히 전략적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단"이라며 "테헤란은 미국의 주저함을 약점으로 판단하고 추가 압박이 백악관의 판단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미군 기지 공격 직후 미국과 사우디는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를 겨냥한 공동 공습을 단행했다.
미국과 사우디는 최근 이라크에서 출발한 드론 공격이 사우디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데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의 대미 공동 군사 행동은 지난 2월 이란전 발발 이후 사우디가 미국과 함께 대외 공습 참여를 공개한 첫 사례다.
이라크 인민동원군(PMF)은 이번 공격으로 최소 2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PMF는 친이란 성향 민병대 연합체로, 2016년 이후 형식적으로는 이라크군 체계에 편입돼 있다. 이라크 정부는 미국과 사우디의 공습을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충돌은 홍해를 넘어 동지중해 인근 해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고 홍해에서 유조선과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또 다른 에너지 운송 차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또한 이집트 항구에 정박 중이던 미국 소유 가스 운반선이 드론 공격으로 추정되는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다. 해상 정보업체 케이플러는 당시 항구에서 두 척의 선박이 피해를 입었으며, 다른 해상 정보업체 앰브리는 드론 공격에 따른 폭발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지만, 이란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페르시아만과 홍해 일부 지역에 집중됐던 충돌 위험이 이집트 인근 해역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미국 내에서는 이란에 대한 추가 대규모 공격 여부를 놓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 이후 대응 수위를 검토하고 있으며,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이 최대 2주간 이어지는 강력한 공습 방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쿠퍼 사령관은 제한적인 보복 공격으로는 이란의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기 어렵다며, 대규모 공습을 통해 이란의 공격 능력을 근본적으로 약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댄 케인 합참의장은 역내 미국의 방공 요격탄 재고 감소 문제를 우려하며 장기 군사 작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 이후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외교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다만 이날 미군이 6일 만에 재개한 이란 공습이 대규모 군사 작전의 시작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이스라엘 당국자는 지난 28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이스라엘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미국이 검토 중인 세 가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대응 방안은 △외교적 합의 타결 △경제 압박 강화를 위한 해상 봉쇄 유지 △고강도 군사 공격 재개 등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위기의 가장 큰 위험으로 '보복의 악순환'을 지적한다.
미국은 제한적인 군사 행동을 통해 억지력을 회복하려 하지만, 이란은 역내 동맹·대리 세력을 활용해 전선을 확대하고 미국과 동맹국이 치러야 할 대가를 높이며 맞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시트리노비츠 연구원은 "각국이 물러나는 것은 신뢰성과 억지력을 훼손한다고 판단하는 상황"이라며 "양측 모두 긴장을 낮추기 어려운 불안정한 순환 구조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중동 정세는 미국과 이란이 추가 보복을 선택할지, 아니면 새로운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할지에 따라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됐다.
그는 "모든 당사자가 의미 있는 타협을 포함한 예상 밖의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며칠간 중동은 지속적인 긴장 고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대한 위험 증가, 그리고 현재의 충돌 범위를 넘어서는 확전 가능성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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