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트럼프 '이스라엘과 수교' 압박에도 수용 조짐 없어"

트럼프 "원자력협정 전제조건" 발언 이후 사우디 침묵
"트럼프, 이스라엘과 美정치권 불만 의식한 발언인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07.2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의 원자력 협정 조건으로 이스라엘과 수교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을 받아들일 조짐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 힐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더 힐에 따르면 사우디 지도부는 지난주 체결된 협정 자체가 무산됐다고 인정하지도 않고 있다.

워싱턴DC 주재 사우디 대사관은 원자력 협정의 진행 상황이나 이스라엘과 이슬람권 국가의 관계 정상화를 골자로 한 2020년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앞서 미국과 사우디 정부는 22일 사우디에 대한 미국의 민간 핵물질·기술·장비 이전 허용을 핵심으로 하는 원자력 협정을 체결했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원자력 협정엔 미국 회사들이 사우디의 원자력 인프라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30년 짜리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 포함되어 있다.

당초 아브라함 협정 가입은 이번 원자력 협정의 조건이 아니었다.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이 선행되지 않는 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는 어렵다고 버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 체결 하루 만인 23일 원자력 협정은 사우디의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전적으로 전제로 한다"고 뒤집었다.

논란이 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24일에도 "처음부터 당연한 전제였다"며 "사우디가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하지 않는다면 나는 협정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사우디 지정학 분석가이자 컨설팅업체 사우디 엘리트의 대표인 모하메드 알하메드는 아브라함 협정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협정의 본질을 바꾸진 않는다"며 "사우디의 이스라엘 인정이 핵 협정의 공식 조건이었다면 협정 체결 전에 협상되고 협정문에도 명시적으로 포함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미국 내 지지자들을 안심시키며 국내 정치권을 향해 발언했다고 본다"며 "그렇다고 사우디가 입장을 바꿨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마이클 랫니 전 사우디 주재 미국 대사는 사우디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더욱 키울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며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기업에도 막대한 사업 기회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무산시키겠느냐"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중동 담당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샤피로는 "사우디는 협정이 계속 추진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주장을 철회하길 바랄 것"이라고 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