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트럼프 겪은 보건수장 일기 "제정신 아냐…진짜 민망"

공화당 의원, 일기장 공개하며 정치 공세…"과도한 통제 장본인"
파우치 박사, 팬데믹 초기 상황 기록하며 트럼프에 분노·한탄

2020년 4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일일 브리핑서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첫해, 미국의 최고 보건 책임자였던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을 일기에 적어둔 사실이 공개됐다. 일기에서 파우치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횡설수설하는 미친 인간'으로 묘사했다.

27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랜드 폴 상원의원(공화당·켄터키)이 파우치의 일기 일부를 공개하며 파우치에 대한 정치적 공세에 나섰다.

폴 의원은 코로나19 대응 당시 파우치가 불필요하게 나라를 봉쇄했다고 비판해 왔다. 당시 파우치 박사는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소장이었다.

파우치는 트럼프에 대해 '횡설수설'(rambling), '미친'(crazy), '절박한'(desperate), '무능한'(incompetent), '진짜 민망한 사람'(a true embarrassment), '완전히 제정신이 아님'(totally nuts), '정말 역겨운 철부지'(truly an obnoxious adolescent) 등의 단어로 기록했다.

특히 파우치는 2020년 2월 27일, 트럼프의 늦은 밤 전화 통화에 대해 "상황을 축소하지 말라고 정치적 관점에서도 설득했다. 주식시장이 더 떨어지더라도 솔직하게 말하는 게 재선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 말을 들은 듯했지만, 다음 날 또다시 상황을 축소했다"고 기록했다.

3월 중순에는 트럼프가 언론 노출에 집착해 하루 두 번 기자회견을 요구했다며 "이제는 일할 시간이 없다"고 한탄했다. 5월에는 "경제를 선거 전에 열어야 한다며 통제 불능 상태다. 이건 전적으로 재선을 위한 것"이라고 적었다.

2020년 10월, 선거 유세에 나선 트럼프를 두고는 "정말 통제 불능, 진짜 민망하다"라고 썼고, 트럼프 퇴임 이후인 2021년 3월에는 "히틀러가 떠오른다. 그는 정말 역겨운 철부지"라고 기록했다.

파우치는 당시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관해 책을 쓰고 있는 워싱턴포스트(WP) 기자 밥 우드워드와 비공개로 이야기를 나눈 사실도 일기에 남겼다. 그는 "내가 유출자로 의심받을까 걱정된다"고 적으면서도 초기 대응 과정을 설명했다고 했다.

폴 의원은 이번 공개를 통해 파우치의 과도한 대응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은 2022년 청문회에서도 충돌한 바 있으며, 오는 29일 다시 맞붙을 예정이다. 파우치의 일기는 일종의 업무 일지로 간주돼 의회에 제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파우치의 일기에는 유명인과의 만남, 언론 출연 등 '스타 과학자'로 떠오른 자기 모습도 담겼다. 그는 2020년 7월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신뢰받는 과학자를 공격하는 데 대중이 분노하고 있다"고 적으며 자신의 위상을 자랑스럽게 기록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