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코스피, 레버리지發 변동성 악순환 '실험장' 됐다"

"상승→레버리지 유입→추가 상승→강제 매도"…AI 랠리의 부메랑
"뉴욕·서울 24시간 피드백 루프"…SK하이닉스 ADR 변동성 키워

코스피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6856.83) 대비 3.30%(226.08포인트) 오른 7082.91에 출발했다. 2026.7.15 ⓒ 뉴스1 이종수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급등했던 한국 증시가 이제는 기업 실적보다 레버리지가 시장을 좌우하는 '실험장'이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진단했다.

SK하이닉스(000660)와 삼성전자(005930)에 집중된 시장 구조에 신용거래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미국 주식예탁증서(ADR)까지 맞물리며 뉴욕과 서울을 오가는 24시간 변동성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15일 '한국의 AI 주식 급락은 레버리지 과잉의 교훈이 되고 있다'는 분석 기사에서 "AI가 이끈 한국 증시는 펀더멘털보다 레버리지가 더 강한 시장 동력이 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13일 SK하이닉스 주가가 15% 폭락하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운용사들이 포지션을 맞추기 위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강제로 매도했고, 이 매도가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기관투자자 대상 보고서에서 레버리지 ETF들이 노출 비중을 맞추기 위해 약 50억달러 규모의 SK하이닉스 주식을 매도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당일 SK하이닉스 현물과 선물 거래대금의 약 18%에 해당하는 규모다.

블룸버그는 "펀더멘털 변화 없이 자금 흐름(flow)만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현상"이라며 특히 장기 보유 성향이 강한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5월 서울에 상장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련 레버리지 ETF 10여 개의 가격은 현재까지 약 40%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이제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이 큰 데다 최근 미국 나스닥에 ADR을 상장하면서 뉴욕과 서울 증시가 거의 24시간 연결되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 전날 미국에서 SK하이닉스 ADR이 27% 급등하자 15일 코스피도 장중 7% 이상 급반등하며 ADR 움직임이 코스피에 즉각 반영됐다.

인디커스캐피털의 아룬 싱할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한국은 레버리지가 시장을 반영하는 수준을 넘어 시장 자체를 움직이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실시간 실험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가 오르면 레버리지가 더 유입되고, 레버리지가 다시 상승을 증폭시키며, 이후 같은 메커니즘이 하락 국면에서도 반대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한국 금융당국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시장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하면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협회와 주요 증권사들도 최소 증거금 상향, 리밸런싱 거래 분산 등 투자자 보호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싱가포르 피크테자산운용의 존 위드헤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 교육 강화와 함께 레버리지 한도를 현재 2배에서 1.5배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홍콩과 미국에 상장된 레버리지 ETF는 한국 당국의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신용융자 잔액도 지난 6월 38조원을 웃돌며 사상 최고 수준까지 증가했다며, 변동성이 커질 경우 반대매매가 연쇄적으로 발생해 매도세를 더욱 키울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클레이그룹의 아딜 에브라힘 주식운용 책임자는 "투기적 상품은 결국 시장이 돌아설 때 눈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며, 기업의 펀더멘털은 바뀌지 않았는데 레버리지 ETF가 강제 매도에 나서면서 하락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