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나온 홍해 경고…호르무즈 이어 바브엘만데브 봉쇄 우려

후티 반군 "바브엘만데브도 닫을 수 있다…유가 200달러 충격"
전면전보다 위험한 '임무 크리프'…2023년 홍해 위기 재현 우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해협으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12%와 상당한 양의 액화천연가스(LNG)가 이곳을 통과한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운송을 사실상 차단한 데 이어, 예멘 후티 반군을 활용해 홍해의 핵심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봉쇄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미국의 대이란 공습이 확대되고 후티의 공격도 동시에 증가하는 가운데, 이란이 걸프 지역을 넘어 세계 무역과 에너지 공급망 전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멘 후티 반군의 정치 조직인 안사룰라 정치국 소속 모하메드 알파라흐는 이날 이란 국영 방송 프레스TV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공격을 계속한다면 예멘군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폐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상황이 악화되면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호르무즈 해협은 작전적 동맹 아래 함께 폐쇄될 것"이라며 "그럴 경우 유가는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는 엄청난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좁은 해상 통로로,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수출과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란이 이곳까지 위협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과 함께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동맥 두 곳이 동시에 위험에 놓이게 된다.

27일(현지시간) 예멘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예멘 수도 사나에서 이란에 대한 지지 집회를 열고 있다. 2026.03.27 ⓒ 로이터=뉴스1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가장 강력한 전략적 지렛대라면,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테헤란이 남겨둔 마지막 주요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현재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즉각적인 전면전 재개보다는 양측이 직접 충돌선은 넘지 않은 채 보복 수위를 계속 높이는 이른바 '임무 크리프(Mission Creep·목적이 모호해지며 임무가 점차 확대되는 현상)'라는 지적도 나온다.

후티 반군은 이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한 국제 무역을 마비시킬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앞서 2023년 10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후티는 팔레스타인 지지를 명분으로 이스라엘 관련 선박을 겨냥한 공격을 시작했다. 이에 글로벌 해운업체들은 홍해 항로를 피해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 우회 항로를 이용했고, 운송 비용이 급증했다.

미국과 영국은 이에 대응해 후티 시설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고, 국제 해군 연합도 선박 보호 작전에 나섰다.

킹스칼리지런던 안보연구소의 안드레아스 크리그 선임강사는 최근 후티의 바브엘만데브 위협을 "호르무즈 이후 이란이 꺼낼 수 있는 또 하나의 핵 옵션"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전면전 재개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미국이 이란의 핵심 기반시설 공격을 확대한다면 테헤란은 예멘 동맹 세력을 활용해 바브엘만데브를 봉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우디 소재 걸프연구센터의 압둘아지즈 사게르 회장은 "후티는 바브엘만데브 항로를 방해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이란의 명확한 지시 없이는 추가 확전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후티의 해상 공격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들이 후티의 군사 능력을 크게 약화시키기 위한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데니스 로스 전 미국 중동평화협상 특사는 "미국이 직면한 과제는 이란의 계산법을 바꿔 다시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단순한 대화 재개가 아니라 양측이 수용 가능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