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호르무즈 재충돌에도 휴전 작동 중…"핵협상 힘겨루기"
전면전 피하되 협상 주도권 뺏기지 않으려 치열한 기싸움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거친 끝에 다시 한번 극적인 '잠정적 군사 활동 중단'에 합의하며 휴전 상태가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다.
CNN 방송은 최근 나흘간 재고조된 긴장 상황이 단순한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양국이 전략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벌인 '계산된 힘겨루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29일(현지시간) 전했다.
양측 모두 지난 17일 서명한 14개 조항의 양해각서(MOU)를 자국에 유리하게 해석하고, 향후 핵 문제 등 본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로의 의지를 시험했다는 것이다.
이란은 전쟁 과정에서 확보한 가장 강력한 무기인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기정사실화하려 하고 있다.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통행료나 관련 서비스 비용을 징수해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동시에, 이를 지렛대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는 게 목적이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제이크 설리번 은 CNN 인터뷰에서 "이란인들은 자신들이 해협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세계에 상기시키기 위해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려 앞으로 뻗어 나가다가도, 트럼프 행정부가 충분히 강력하게 반발하면 다시 뒤로 물러서고 있다"며 "이란인들이 MOU를 통해 얻어낸 횡재를 계속 챙기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장악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중동 내 영향력이 약화할 뿐더러 이란이 언제든 세계 경제를 인질로 잡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종식과 유가 안정을 주요 치적으로 내세우려 하지만 이란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면 '약한 대통령'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유가도 여전히 높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28일 기준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87달러(L당 약 1576원)로, 5월 말 최고치였던 4.56달러(L당 약 1857원)보다는 내렸지만 여전히 전쟁 이전 수준을 웃돈다.
결국 도하 협상 재개로 당장의 위기는 넘겼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양국의 위태로운 휴전은 언제든 다시 깨질 수 있는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셈이다.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 계획) 초기 논의에 참여했던 설리번은 "핵 문제에서 이란은 아주 작은 양보들을 조금씩 감질나게 내놨다가 철회하고, 다시 진전시켰다가 철회하는 방식을 통해 미국을 계속 협상 테이블에 묶어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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