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상무 잘 안보이더니…美관세맨 떠오른 그리어 무역대표
'입'으로 협상하던 월가 억만장자 러트닉 밀어내고 무역통상 실권
대법원 위헌 판결 '무역법 301조'로 돌파 주도…치밀한 법률가 면모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질적인 무역 사령탑으로 부상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때 그리어 대표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그늘에 가려 있었지만 최근 인도를 단독 방문해 무역 협상을 주도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관세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법률가 출신인 그는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무너진 관세 장벽을 재구축하고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협상을 이끌며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2기 초반까지만 해도 통상 정책의 주도권은 월가 투자자 출신의 억만장자 러트닉 장관에게 있었다.
그리어 대표가 워싱턴을 찾아온 인도 경제 관료를 러트닉 장관 없이 만났다가, 러트닉 장관의 불호령에 상무부 청사에서 다시 회의를 열어야 했던 일화가 당시의 권력 구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역전됐다. 그리어 대표의 언론 노출은 잦아진 반면 러트닉 장관의 존재감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리어 대표의 부상은 그의 멘토이자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관세맨이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의 사례와 똑 닮았다고 WSJ은 짚었다.
라이트하이저 또한 처음에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의 지휘를 받는 위치였지만, 결국 전문성을 앞세워 통상 정책의 핵심 입안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리어 대표 또한 억만장자나 유명 정치인은 아니지만 정책 전문성을 인정받아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독실한 모르몬교도인 그리어 대표는 차분하면서도 치밀한 협상가로 평가받는다. 멕시코 대표단과의 협상에서는 관세 부과 원칙을 단호하게 밝히면서도 상대 의견을 꼼꼼히 경청하고 메모하는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 면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이 협상에 참여했던 멕시코 대표단이 그리어 대표의 이런 태도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는 거친 언사로 외교적 마찰을 빚었던 러트닉 장관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러트닉 장관은 멕시코 정부가 마약 카르텔에 조종당한다고 비난하며 협상 초반부터 갈등을 유발했다.
반면 그리어 대표는 예측 가능하고 정교한 접근법으로 통상 문제에 관해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리어 대표의 진가는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결한 이후에 드러났다. 그는 이 판결을 우회하는 합법적인 수단으로 '1974년 무역법 301조'라는 카드를 기다렸다는 듯이 꺼내 들었다.
이런 변화에 대해 토드 영 상원의원(공화·인디애나)은 "한동안 무역 포트폴리오를 누가 지휘하는지 혼선이 있었지만 이제 해결됐다"며 그리어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팀 브라이트빌 와일리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그리어 대표가 추진하는 301조 기반 관세가 법적으로 안정성이 있다고 평가하며 "법원이 관료들에게 특정 관세율에 어떻게 도달했는지에 대한 '과정(작업 내역)을 증명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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