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강자 중국 웃는다"…이란 전쟁이 바꿀 세계 경제

미국, 공급망 등 국제사회 영향력 제한…유럽과 갈등도 확대
OPEC 등 중동 산유국 약세…대체 공급처 확대

미국 성조기와 이란 국기 일러스트. 2026.03.23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지역의 긴장은 완화됐지만 세계 경제 구도와 공급망이 전쟁 전과는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전망했다.

세계 경제와 에너지를 주도하는 미국과 중동 산유국들의 영향력은 약화되고 중국과 새로운 에너지 국가들이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 전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원유 수입국 공급망 다변화

전 세계는 약 4개월간 계속된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역대 최악의 에너지 위기를 경험했다. 특히 중동 에너지에 대한 의존이 높은 아시아와 유럽 등의 국가들은 이번 전쟁에서 그 취약성이 드러났다.

이에 에너지 수입국들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에너지 생산국들은 기존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확대하기 위해 나서면서 에너지 시장과 에너지원 구성, 에너지 산업의 주도 세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등에서 석탄 등 오염도가 높은 연료 사용이 늘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번 에너지 위기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NYT는 내다봤다.

많은 국가에서 전기자동차(EV)의 가격이 점점 저렴해지고 있고, 지난 4월에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이 처음으로 전 세계 가스 발전량을 넘어섰다.

영국 에너지 연구기관 엔버의 단 발터 연구원은 "이는 엄청난 변화로 5년 전까지도 경쟁력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확실히 더 저렴해졌다"며 베터리 기술과 효율성이 향상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보다 에너지 전환이 훨씬 현실적인 선택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30년이 아니라 2년 만에 수익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투자처가 됐다고 덧붙였다.

2024년 5월 28일,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 건물 외부에 OPEC 로고가 보인다. ⓒ 로이터=뉴스1
OPEC 등 중동 영향력 약화…브라질·베네수 등 대체 공급처 부상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중동 산유국들의 영향력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이 주변 걸프 국가들을 공격하며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이 폭발했고, 이는 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OPEC+를 탈퇴하는 계기가 됐다. OPEC 내 세 번째로 큰 산유국인 UAE의 탈퇴는 OPEC의 약화와 함께 국제 유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반면 브라질,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가이아나 등은 에너지 수입국들이 대체 공급처 확보에 나서면서 원유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란의 통행료 부과 및 해협 재봉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 지역의 평화, 안정, 경제 성장 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에서 전쟁 전과 같은 선박들의 자유로운 통항이 회복될지도 불확실하다.

국제통화기금(IMF)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모리스 옵스트펠드는 "호르무즈 해협이 그동안 당연하게 누려왔던 자유항행이 가능한 상태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걸프 국가 경제가 이번에 드러난 취약성 때문에 역동성을 잃을 수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이란의 역내 영향력을 높여준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05.15. ⓒ 로이터=뉴스1
이란 전쟁의 수혜국은 중국…국제사회서 미국 역할 한계

중국이 이번 전쟁으로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풍력 터빈, 초고압 케이블, 변압기, 태양광 패널, 배터리, 전력망 관리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른 국가들을 크게 앞서고 있어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 증가와 함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 매켄지는 "중국이 (이번 전쟁의) 명백한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재생에너지 사업을 억제하는 정책 기조를 보이고 있어 중국은 견제할 만한 경쟁국도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이번 전쟁으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은 약화되는 반면 중국의 위상은 강화될 수 있다. 트럼프 2기에서도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유럽이 중국에 손을 내밀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란과의 전쟁을 촉발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과 혼란스러운 정책 운영이 결합되면서 미국이 세계 질서와 국제 교역을 유지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신뢰가 더욱 약화됐다고 NYT는 평가했다.

옵스트펠드는 "미국의 군사력이 갖는 한계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며 "이란의 계속된 저항은 안보 제공자로서 미국을 믿었던 국제사회에 엄청난 타격을 날린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블라이스 브라운대 정치학자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운항을 계속 차단하면서 미국이 항상 바닷길의 자유로운 개방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