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호르무즈 봉쇄 뚫으려 '유령선' 동원해 선박 간 환적 비밀작전

5월부터 선박 92척 동원, 선박 간 환적으로 원유 9000만 배럴 빼내
지난 9일 격추된 아파치 헬기도 작전 투입…일촉즉발 긴장감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가 엑스(X) 계정을 통해 공개한 사진으로 AH-64 아파치 헬기가 지난 4월 17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금지) 2026.04.20. ⓒ AFP=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군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뚫기 위해 과거 이란이 제재 회피용으로 쓰던 '선박 간 환적' 수법을 역이용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5월 초 개시된 이 작전으로 미국은 최소 92척의 선박을 동원해 지금까지 약 900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 제품을 페르시아만 밖으로 수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작전은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항구와 오만 소하르 항구 인근 해상 두 곳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9일 이란이 격추한 미 육군 아파치 헬리콥터도 이 원유 수송 작전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란의 헬기 격추 사건은 미군의 보복 공습으로 이어지며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바 있어 작전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작전 방식은 매우 은밀하게 진행된다. 유조선들은 위치추적장치(트랜스폰더)를 끄고 모든 불빛을 소등한 '유령선' 상태로 야간에 이동한다. 미군은 공중 및 해상 드론과 헬리콥터를 동원해 이들 선박이 3000~4000m 간격을 유지하며 안전하게 항해하도록 유도했다.

과거 이란이나 북한 등이 국제 제재 회피를 위해 사용하던 '어둠의 함대(dark fleets)' 전술을 미군이 역이용한 것이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미국이 스스로 구축한 국제 질서의 규칙을 약화시키는 전술을 쓰고 있는 것이 역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험한 작전에는 일부 민간 해운사들이 참여했다. 그리스의 다이나콤탱커스가 대표적이다. 다이나콤탱커스 설립자인 조지 프로코피우는 지난 1일 한 해운 콘퍼런스에서 "그리스는 고대부터 봉쇄를 깨는 전통이 있다"며 작전 참여를 암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이번 작전이 미국과 걸프 동맹국 간의 긴밀한 공조 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UAE의 국영석유회사 애드녹(ADNOC)과 쿠웨이트 국영유조선회사가 가장 활발하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작전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경고한다. 노암 라이던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로이터에 "(이번 작전은) 비상 상황 속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언제든 이란이 드론이나 고속정을 동원해 수송을 막으려 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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