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는 美·이란 합의안…호르무즈·동결자산 해석 논란 될 듯
美 해상봉쇄 즉각 해제…이란 유조선 통항 이미 시작된 듯
'이란식 운영' vs 트럼프 '무료 개방'… 해협 통제 공방 전망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과 워싱턴의 대표적인 친이스라엘 강경파 안보 싱크탱크인 이스라엘 프로젝트(TIP)의 조쉬 블록 최고경영자가 이란과 미국 간 양해각서(MOU)라며 각각 공개한 14개 조항은 전반적인 형식이 상당히 유사하다.
이 문건들을 최근 합의 내용에 대한 미국과 이란 당국자들의 발언과 비교하면, 실제 양측이 서명한 MOU와 큰 차이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사전에 유출된 문건들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의 직전 버전이거나 각국의 유리한 해석이 일부 가미된 최종 초안 단계로 해석된다.
따라서 두 문서를 면밀히 비교하면 향후 공식 발표될 MOU의 핵심 쟁점을 미리 짚어볼 수 있다.
우선 가장 첨예한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와 관련해 메흐르 보도에서는 양측이 '30일 이내 해상 봉쇄 전면 해제'에 합의했다고 단편적으로만 명시한 반면, TIP 문건에는 훨씬 구체적인 미국의 의무가 담겼다. TIP 문건에 따르면 미국은 양해각서 서명 즉시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이란에 대한 어떠한 간섭이나 방해 행위도 차단해야 하며, 최대 30일 이내에 통항을 전쟁 전 정상 수준으로 복원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1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전쟁 종식을 위한 MOU에 이미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공식 서명식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예정돼 있으나 그전에 전자 서명을 통해 실질적인 효력을 발생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16일 오전,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의 유조선 3척과 식량·의약품 등 필수재를 실은 화물선 2척이 미국의 해상 봉쇄망을 이미 통과했다고 보도하며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향후 이란의 해협 관리 방식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메흐르 문건에는 '이란식 운영 방식에 따른 30일 이내 재개방'이라고 표현된 반면, TIP 문건에는 '이란이 기술적 장애물 제거와 기뢰 무력화 기간을 고려해 30일 이내에 해협 내 이동이 전쟁 전 수준으로 재개되도록 보장하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이란 파르스 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문건에 명시된 '조치'라는 표현을 근거로 이란이 선박 통과 여부를 통제할 권한이 있다는 해석과, 확실한 주권 행사를 위해서는 '명시적 관리 권한'이나 '해상 서비스 비용 징수' 같은 문구가 명확하게 담겨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프랑스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합의했으며 통행료는 없다"며 해협이 전쟁 이전처럼 "무료로 운영(toll-free)될 것"이라고 선을 그어, 향후 최종 문구가 모호하게 규정될 경우 해석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대이란 제재 완화에 대해서는 두 문건의 내용이 대체로 일치한다.
미국은 양해각서 서명 직후부터 제재가 완전히 취소되는 시점까지 이란산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 및 파생 상품의 수출을 허용하고 은행, 보험, 운송 등 관련 서비스에 대한 제재 유예를 약속했다. 또한 최종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신규 제재 부과나 역내 미군 증강은 없다는 조항도 있다.
다만 완전한 제재 해제는 최종 합의 때에 가능할 전망인데, '미국은 최종 합의의 일부로서 유엔 안보리와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의 결의안을 포함해 이란이 직면한 모든 제재와 미국의 일방적 제재를 종식할 것을 약속한다'고 규정돼 있다.
동결 자금 해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최종 합의를 향한 협상의 진전 상황을 고려해 이란의 자산을 전적으로 사용 가능하도록 보장한다'고 규정됐다. 이는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언제든 자금 동결을 유지하겠다는 미국의 레버리지 조항이다.
실제로 미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미국이 제재 완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초기 단계에서 일부 조치를 취할 수도 있지만, 이는 "특정 행동과 직접 연계되기보다 이란이 앞으로 적절히 행동하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밴스 부통령 역시 인터뷰를 통해 이란이 해당 자금을 지원받으려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합의 이행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이란 측의 계산은 조금 더 완강하다. 메흐르 문건에는 '본협상 60일 기간 동안 동결 자산 240억 달러를 해제하는데 이 중 절반은 협상 개시 이전 제공'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해 파르스 통신은 "해당 세부 사항이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란 정부가 합의와 동시에 자산 일부를 즉각 해제하라고 요구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란 재건 기금과 관련해서 미국이 지역 파트너들과 함께 최소 3000억 달러(약 450조 원)의 재원을 조달해 이란의 재건을 돕고 이행 메커니즘을 60일 이내에 수립한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이란 내부에서는 이를 사실상 미국으로부터 받아낸 배상금으로 볼 수 있는지 논쟁이 제기되고 있다.
핵 문제애 대해선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을 것임을 재천명한다. 이란과 미국은 농축된 물질의 운명(처분) 및 이란의 핵 필요성을 포함하여 상호 합의된 모든 기타 핵 관련 사안들이 최종 합의에서 충분히 다루어질 것에 합의한다. 최종 합의서는 본 조항의 규정을 확인할 것'이라고 돼 있다.
이와 관련 이날 밴스 부통령은 "이번 합의의 핵심 부분 중 하나는 국제원자력기구와 미국이 이란의 고농축 (핵) 비축물 폐기를 도울 것이라는 점이며, 이는 양해각서에 매우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는 사항”이라고 밝혀, 최종본의 내용은 보다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최종 합의를 위한 60일간의 협상은 △해상 봉쇄 해제 관련 조항 이행 △호르무즈 해협 개방 절차 개시 △이란 자산 일부 동결 해제 △원유·석유화학 제품 및 파생물 판매 관련 제재 해제에 대한 검증 완료 이후 시작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 행동으로 진정성을 먼저 증명해야만 다음 테이블에 앉겠다는 이란 강경파의 기조를 대변하는 것이자 유출된 TIP 문건의 흐름과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테헤라 주재 외국 대사들과의 회의에서 "테헤란 시간으로 월요일 아침 (미국과) 최종 합의가 이뤄진 이후 전쟁 종료도 함께 선언되었지만, 이 양해각서의 공식적인 발효는 금요일(19일)에 시작될 것"이라며 "아마도 금요일에 지정된 장소에서 서명이 이뤄질 것이며, 같은 날 이란과 미국 간 새로운 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단계에서는 전쟁 종료, 호르무즈 해협, 동결 자금 해제, 재건 문제가 다뤄졌고, 이후 60일 동안 협상을 이어가 최종 합의에 도달하며 이 과정에서 핵 문제와 제재 해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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