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중동…美·이란 '보복의 악순환'에 휴전체제 붕괴 위기
미군 헬기 추락 이후 연쇄 보복…중동 전역서 미사일·드론 공방
트럼프 "공습 곧 중단되겠지만 합의 안하면 내일 또 폭격" 경고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과 이란이 미군 헬기 추락 사건을 둘러싸고 호르무즈 해협 일대를 중심으로 군사 공격과 보복을 이어가면서, 지난 4월 8일 발효된 휴전이 붕괴 위기에 놓였다. 양측은 미사일 공격과 공습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이러한 충돌이 전면전으로 재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1일 외신을 종합하면 이번 긴장의 직접적 계기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 상공에서 현지시간 지난 9일 새벽 발생한 미 육군 아파치 헬기 추락 사건이었다. 미 국방부는 해당 헬기가 작전 중 공격을 받아 추락했으며 탑승 인원 2명은 구조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이란의 공격으로 규정한 뒤 하루 뒤인 이란 현지시간 10일 새벽 대응에 나섰다.
미군은 이란 남부 해안의 방공망과 조기경보 레이더 시설,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등을 겨냥한 정밀 공습을 실시했으며, 일부 타격은 호르무즈 해협 입구와 주요 항만 인근 군사 거점까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란 당국은 민간 기반시설도 피해를 입었으며 그중에는 두 개의 저수지가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중동 매체 알자지라는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수 주 만에 이란 내 민간 인프라에 가해진 첫 번째 공습이며, 이란이 심각한 물 부족에 직면해 있는 시점에 발생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이란은 쿠웨이트, 바레인, 요르단 등 미군 주둔 지역과 관련 시설을 겨냥해 탄도미사일과 자폭 드론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하며 맞대응했다. 초기 공격은 분산형이었으나 이후 다수 기지를 동시에 겨냥하는 방식으로 확대되면서 중동 전역의 방공 체계가 동시에 가동되는 양상으로 이어졌다.
요르단 군은 일부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밝혔고, 바레인과 쿠웨이트도 자국 영공에서 여러 공중 표적을 탐지·차단했다고 발표했다. 민간 피해는 제한적이지만 일부 군사 시설에서는 경미한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미 중부사령부는 11일 "자위권 차원의 추가 공습"을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작전은 복수의 군사 거점을 동시에 겨냥한 형태로 진행됐으며, 레이더 네트워크 차단과 미사일 이동 경로 봉쇄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란은 바레인과 쿠웨이트에 있는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고 이란 매체들은 보도했다. 또 이란 측은 호르무즈 해협이 유조선과 상선 등 모든 선박의 통행이 차단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중부사령부는 해당 해협이 봉쇄됐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이날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추가 군사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오늘 밤 중부사령부는 이란을 강력하게 때릴 것"이라며 "이란 주요 시설들에 폭탄을 투하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미군의 추가 공습이 이어진 뒤, 트레이 잉스트 폭스뉴스 기자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관계자들과 직접 대화했고, 이들이 공습 중단을 요청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잉스트 기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내 목표물에 전투기 폭격과 함께 토마호크 미사일 49발이 발사됐다고 언급했으며, 공습은 곧 중단되겠지만 이란이 합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내일 밤에도 강하게 폭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번 상황을 "세계 역사상 가장 많이 위반된 휴전"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란 측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부인했다. 이란 국영 매체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당국자들과 직접 대화했다'는 주장은 이란과의 전쟁을 회피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고 주장했다고 반박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새로운 공습을 단행하고 이란이 보복을 경고하면서 양국 대치가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양측이 최후통첩성 발언과 군사 공격을 주고받으며 지난 두 달간 이어져 온 취약한 휴전 체제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군사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은 여전히 직접 협상 채널을 복원하지 못하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마지막 고위급 직접 회담은 지난 4월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된 이후 중단됐으며, 현재는 중재국을 통한 메시지 교환과 양해각서 초안 수정 등 간접 접촉만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측은 외교와 군사 대응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적 국면을 인정하면서도, 압박 하의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AFP는 보도했다.
협상에서 가장 큰 쟁점은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과 동결 자산 해제 문제다. 이란은 미국 및 동맹국에 묶여 있는 약 480억 달러 규모 자산의 절반 이상 즉각 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전쟁 피해 보상 문제도 협상 의제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이 핵 활동 제한 요구를 전면 수용하기 전까지 자산 해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최근 협상이 임박했다는 신호를 내놓고 있지만 실제 진전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WP는 평가했다. 양측은 협상안을 지속적으로 수정하며 교착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유엔은 현재 상황을 전면전도 평화도 아닌 불안정한 정전 상태로 보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미국 내에서는 공화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이란에 대한 군사 압박 지속 요구가 이어지고 있으며, 항만 봉쇄 및 추가 군사 행동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란 내부에서는 혁명수비대(IRGC)를 중심으로 강경 노선이 강화되면서 기존 온건파의 영향력이 약화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AFP는 전했다. 동시에 레바논과 예멘 등 이란의 지역 영향권에서도 충돌이 이어지며 전선이 확장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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