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4월 휴전 후 최대 교전…IRGC "걸프 美거점 21곳 공격"

美 "헬기 추락 대응해 호르무즈 인근 이란 軍시설 20곳 타격"
美 '비례적 대응' 공습에 이란도 '공격 수위조절' 관측도

이란 수도 테헤란 소재 혁명수비대(IRGC) 항공우주군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미사일. 2025.03.28.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군 헬기가 피격·추락한 데 대응해 이란 남부 군사시설 등 약 20곳을 타격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에 맞서 이란 혁명수비대(IRGC)도 요르단 주둔 미군기지 등 걸프지역 21개 표적을 공격했다고 주장하는 등 역내 긴장이 한껏 고조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이란 양측의 이번 무력 충돌은 지난 4월 초 휴전에 동의한 이후 벌어진 최대 규모의 군사적 맞대응 중 하나다.

미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미 동부시간 9일 오후 5시(한국시간 10일 오전 6시)부터 약 4시간 동안 이란 남부지역 군사시설을 목표로 공습을 가했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해·공군 전투기가 정밀유도탄을 동원해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이란 방공망과 지상통제시설, 감시 레이더 시설을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미 당국자는 미군이 이번 공습에서 이란 내 약 20개 표적을 타격했다고 전했다.

이란 매체들 또한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의 케슘섬과 항구도시 시리크를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소식통과 주민 등에 따르면 반다르아바스 인근, 해협 입구에 가까운 자스크 일대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

미군의 이번 공습은 전날 해협 인근에서 미 육군 AH-64 '아파치' 공격헬기가 격추된 데 따른 대응 차원에서 이뤄졌다.

미 당국자는 이란의 일방향 공격 드론이 해당 헬기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중부사령부는 이번 공습이 "자위권 차원의 타격" "정당화될 수 없는 이란의 공격에 따른 비례적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란 국영매체는 군 소식통을 인용, 미군 헬기 추락과 관련해 지난 24시간 동안 호르무즈 해협에서 공세적 공중 군사작전은 수행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 비행갑판에서 F/A-18 '슈퍼 호넷'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2026.04.04. ⓒ 로이터=뉴스1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군의 이번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바레인·요르단·쿠웨이트 등 주변 3개국의 미군 거점을 잇달아 공격했다고 밝혔다.

요르단 알아즈라크 미군기지 내 F-35 전투기 격납고와 지휘통제센터 등 4개 표적을 향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바레인 주둔 미 해군 제5함대와 쿠웨이트 알리 알살렘 기지는 각각 드론으로 공격했다는 게 IRGC의 주장이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IRGC의 미 5함대 공격은 오전 2시 30분(이란 시간·한국시간 오전 8시)쯤 이뤄졌다.

미 당국자는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과 드론 대부분이 요격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현재로선 미군 인명피해나 시설 피해가 보고된 게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요르단군 또한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 5발을 요격해 격추했고, 잔해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도 없었다"고 했다. 쿠웨이트군도 "적대적 공중 목표물을 상대로 방공망을 가동했다"고 밝혔고, 바레인 왕실 측도 자국 방공망이 "이란의 공격을 격퇴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미국이 이번 이란 공습을 '제한적·비례적 대응'으로 규정했듯, 이란 측 역시 대내외적으론 군사적 대응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대규모 사상자나 시설 피해까진 가지 않는 수준으로 공격 수위를 조절했을 수 있단 해석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이란 양측은 현재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 기간과 △기존 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 △핵시설 해체 △국제사찰단의 불시 사찰 등 4개 쟁점에 집중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무력 충돌로 양측의 협상 동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단 지적도 제기된다. 미·이란 모두 확전은 피하려는 듯한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과 역내 미군 거점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반복될 경우 휴전 유지와 평화 협상 논의도 더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