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英대학생 사망에 '反이민' 불지피는 美…"다문화주의 탓"
밴스 부통령·헤그세스 장관 "자유주의 엘리트들에 문명이 죽어"
스타머 英총리 "우리 민주주의 개입하고 분열 조장하는 세력 있다"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영국 경찰이 이민자 말에 속아 칼에 찔린 백인 피해자 대학생을 수갑 채웠다 사망케 한 사건을 자신들의 반이민 정책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 고위 관리들은 제82주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일을 전후해 이 사건을 예로 들며 이민자들이 "서구 문명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사건을 거론하며 "키어 스타머 정부는 대규모 이민을 막고 국가 주권을 지킬 정치적 의지와 리더십이 없다"고 비난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노르망디 미군 묘지에서 "1944년 연합군이 지켜낸 자유가 새로운 '이민자 침공'으로 뒤흔들릴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국제관례에 따르면, 미국은 영국에서 일어난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어야 한다. 그러나 흉기를 휘두른 가해자가 빅크럼 디그와라는 시크교 신자이고 피해자는 헨리 노왁이라는 19세 백인 대학생이며 현재 영국의 집권당이 노동당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은 국제 극우 세력의 결집을 위한 구심점이 됐다.
재판에 제출된 증거에 따르면, 가해자인 디그와의 형은 노왁이 디그와에게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퍼붓고 터번을 벗겼다고 긴급 전화로 신고했고 경찰은 이에 속아 넘어갔다. 담당 판사는 디그와가 자신의 가족과 종교에 수치를 안겨주었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과 미국 국무부는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영국개혁당의 주장과 표현을 그대로 따라 하며, 이 사건이 다문화주의와 정치적 올바름이 극단적으로 치닫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밴스는 SNS에 "노왁은 문명이 죽는 방식 그대로 죽었다. 그의 말을 믿지도, 돌보지도 않은 당국이 혐오범죄를 저질렀다며 수갑을 채웠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그와 같은 생명을 잃을 때마다 유일한 대응은 '의로운 분노'"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왁은 오늘날까지 살아있어야 했다"며 "만약 지난 몇 세대에 걸친 유럽 엘리트들이 자기혐오 정치와 이민자들의 대규모 유입에 맞서 싸웠더라면 그는 살아있었을 것"이라며 수십년간의 유럽 정책을 싸잡아 비난했다.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직접적인 반박을 피했지만,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우리 민주주의에 개입하고 거리의 분열을 조장하려는 세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왁의 가족은 "헨리의 죽음이 더 큰 분열과 증오, 긴장을 낳는 데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콜레빌쉬르메르의 미군 묘지에서 한 연설에서 "오늘날 유럽의 해변은 위험한 이념들에 의해 다시 침공당하고 있다"며 "유럽 수도들은 언제 대응할 것인가, 아니면 이미 늦은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즉각 비판을 불러왔다.
전문가들은 유럽과 미국의 극우들이 '이민자들이 서구 사회의 붕괴를 가속한다'고 주장하며 서로 맞장구치는 사례가 흔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베를린 자유대학 토마스 그레벤 교수는 "국제적 네트워킹은 급진 우파의 핵심 전략이 됐다. 그들은 '글로벌 자유주의 엘리트'에 맞선 투쟁을 세계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적 동맹과 안보 협정을 고려해 이러한 국제적 움직임의 최전선에 일관되게 나서지는 못했지만 2기 들어서는 극우 담론과 그 주창자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왔다.
2기 취임식에 극우 정치 지도자나 우익 정상들이 대거 참석했고 그 후 헤그세스나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밴스까지 극우 이념에 깊이 물들어 있는 인사들이 전면에서 서방의 자유주의 정부를 비난해 오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ky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