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못한 北호황…"러 군사협력·中물자 덕 수년래 최고"

WSJ "평양에 택시앱·QR결제 등 확산…2024년 3.7% 성장 추정"
"김정은 체제 더 부유해져…제재 완화 통한 비핵화 유인 약화"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5월 12일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 결과를 선전하며 "수도 시민들에게 안정되고 문명한 생활조건을 제공하기 위한 당의 숙원사업"이라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북한 경제가 러시아에 대한 무기 판매와 파병, 중국과의 교역 확대 등에 힘입어 수년 만에 가장 활기를 띠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최근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증언과 위성사진, 한국 싱크탱크 보고서 등을 토대로 "북한 경제가 코로나19 봉쇄 이후 예상 밖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엘리트층이 거주하는 평양에선 소비와 서비스, 건설 분야 변화가 두드러진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WSJ에 따르면 최근 평양에선 스마트폰 택시 호출 앱과 모바일 QR코드 결제 서비스가 등장했고, 중국산 전기차와 수입차도 눈에 띄게 늘었다. 반려동물 상점과 인터넷 게임 카페, 고급 자동차 매장도 생겼다.

북한은 최근 건설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WSJ는 북한이 작년에 평양에 새 주택 1만 가구를 건설했고, 평양 밖에서도 병원과 온실단지, 해변 관광단지, 공장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이 같은 북한 경제 회복의 핵심 배경으로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심화한 군사협력을 꼽았다.

지난 1월 28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북한 평양 대동강호텔 인근 주차장에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2026.05.12. (플래닛 랩스 PBC) ⓒ 로이터=뉴스1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탄약과 병력 1만 5000명 이상을 보냈으며, 2023년 여름부터 지난해 말까지 러시아에 대한 무기 판매로 100억 달러(약 15조40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략연은 또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5억 달러(약 7700억 원) 이상을 확보했으며, 상당수 대가는 민감한 군사기술과 무기 부품, 각종 물자 형태로 지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의 교역 확대도 북한 경제를 떠받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WSJ는 중국 측 통계를 근거로 올 4월 북한의 대중국 월간 교역 규모가 8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중국산 소비재·부품이 북한의 스마트폰 보급과 전기차·수입차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단 것이다.

북한의 사이버 범죄 활동도 주요 외화 확보 수단으로 거론된다.

WSJ는 북한 해커들이 중국에서 활동하며 인터넷 접속과 은신이 상대적으로 쉬운 환경을 활용하고 있고,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만으로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는 각국 정부와 사이버보안 업계 분석을 소개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오른쪽)와의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3월 26일 김 총비서의 박수갈채에 손짓하고 있다. 2026.03.27. (벨라루스 대통령 공보실 제공) ⓒ AFP=뉴스1

한국은행 추정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2024년 3.7% 성장해 8년 만에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 싱크탱크들은 이후에도 성장세가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WSJ는 북한 경제 회복이 평양과 일부 선택된 지역을 중심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공식 경제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외부 방문객의 이동과 관찰 범위를 엄격히 통제한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 2600만 명 가운데 거의 절반은 여전히 영양 부족 상태로 추정된다.

WSJ는 "그럼에도 위성사진과 외부 기관 보고서는 북한의 경제 회복이 단순한 선전만은 아닐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전했다. 북한의 석유 저장시설 주변 선박 활동이 증가했고, 주차장의 차량도 늘었으며, 야간 조도는 5년 전보다 약 3배 밝아졌다는 것이다.

북한의 경제 회복은 미국의 대북 비핵화 협상 전략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제재 완화와 경제적 인센티브를 북한의 핵 동결·축소·폐기 유인으로 활용해 왔지만,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자금과 물자를 확보하면 이런 압박 수단의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면서도 내부 경제 관리와 건설 사업에 더 많은 자원을 돌릴 여지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