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60일 휴전 MOU' 임박…호르무즈·핵 놓고 막판 수싸움

에너지 동맥 호르무즈 재개방 충돌…트럼프 '아브라함 협정 연계' 압박
450조원 '재건 펀드' 거론…트럼프 서명·이란 최고지도자 은신이 변수

(왼쪽부터)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각료회의에 참석했다. 2026.05.2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향한 예비 합의안 마련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임시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란 핵 프로그램 동결, 동결 자산 해제, 전후 재건 투자기금 조성 등을 포함한 포괄적 틀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국과 이란은 합의안의 핵심 조항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어 실제 타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협상에 관여한 미국·이란 관리들과 외교관들을 인용해 양측이 양해각서(MOU) 초안을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번 초안은 전쟁을 즉각 끝내는 최종 협정이라기보다는, 앞으로 핵 문제와 대이란 제재, 지역 안보 문제 등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위한 '기초 틀(framework)' 성격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해각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란도 아직 어떤 약속도 공식 확인하지 않은 상태다. 미국 관리들은 이란 최고지도자가 은신 중이고, 고위 관리들이 연락책을 통해 소통하고 있어 의사결정이 극도로 느리고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물밑 조율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미·이란 간 국지적 군사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협상단에 대한 압박도 커지는 분위기다. 외교관들은 협상이 길어질수록 양측의 불신과 돌발 충돌 위험이 동시에 커져 자칫 협상판 자체가 깨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60일 임시 휴전" vs "전쟁 종료 선언"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휴전의 성격이다.

외교관들에 따르면 미국 측이 이해하고 있는 초안은 우선 60일간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그 기간에 본협상을 진행하는 구조다. 필요할 경우 휴전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사실상 '조건부 임시 휴전'에 가깝다.

반면 이란 측은 보다 포괄적인 휴전 개념을 주장하고 있다. 이란 관리들은 MOU 초안에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종료 선언"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협상 기간 전체에 걸쳐 교전이 중단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NYT는 협상이 카타르와 파키스탄을 통한 간접 대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미국과 이란이 실제로 완전히 일치하는 문서를 놓고 협상 중인지조차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방식도 충돌

세계 에너지 시장의 핵심 항로인 호르무즈 해협 문제 역시 해법이 갈린다.

미국 측 설명에 따르면 합의 체결 즉시 호르무즈 해협은 재개방되지만, 미국의 해상 봉쇄는 일정 기간 유지된다. 대신 이란이 기뢰 제거와 선박 통행 정상화를 얼마나 빠르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봉쇄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식이다. 이는 이란이 신속히 기뢰 제거 작업에 나서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다.

2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발리아스르 광장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호르무즈 해협의 모습이 담긴 대형 빌보드(선전탑)가 설치된 가운데 시민들이 그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6.05.28 ⓒ AFP=뉴스1

반면 이란 측은 미국의 해상 봉쇄가 "30일 이내" 해제되고, 협상 기간에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개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은 해협 통제권 문제에서도 충돌하고 있다. 이란은 오만과 함께 향후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 또는 서비스 비용을 부과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수로는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부 미국 협상단은 해협의 장기적 지위 문제를 2단계 협상으로 넘기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3000억달러 '이란 재건 펀드' 거론

이란의 전쟁 배상 요구에 대응하는 성격인, 이란 재건을 위한 대규모 투자기금 구상도 눈길을 끈다.

이란 관리들과 일부 외교관들은 규모가 최대 3000억 달러(약 450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다른 중재 관계자들은 구체적 액수 확인을 피했다.

이란은 이를 전쟁 피해 복구를 위한 경제 지원 성격의 '재건 프로그램'으로 설명하고 있다. 앞서 이란은 미국·이스라엘 공습 피해 규모를 최소 3000억 달러에서 최대 1조 달러로 추산하며 배상 문제를 제기해 왔다.

외교관들은 이 구상이 국제적 투자펀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이 이를 지원하는 구조가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미국 측에 석유·에너지 기업들의 이란 투자와 합작 사업 허용 가능성을 제안했다고 한다.

핵 문제는 2단계 협상으로

핵 문제는 이번 예비 합의에서 일단 후순위로 밀린 분위기다. 초안에는 양측이 이란의 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를 추후 협상하기로 한다는 원칙 수준의 내용만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란은 무기급으로 신속 전환 가능한 약 440㎏의 고농축 우라늄과 저농축 핵물질 약 10톤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이 우라늄을 미국으로 반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국제 사찰단 감독 아래 이란 내 희석 처리나 제3국 이전도 가능하다며 유연한 태도를 비쳤다. 다만 러시아나 중국이 이를 넘겨받는 방안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동결 자산·제재 완화도 핵심 쟁점

이란의 해외 동결 자산 문제도 핵심 의제다. 이란은 해외 은행에 약 240억 달러(약 36조 원) 규모 자금이 묶여 있다고 주장하며, 최소 200억 달러 수준의 자산 접근이 보장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인 억류자 석방 대가로 이란에 현금을 제공했던 사건을 오랫동안 "현금 팔레트 스캔들"이라고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美 "합의 틀 마련"…트럼프 승인 변수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백악관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과 이란이 제안서를 주고받았으며, 현재 합의를 위한 기틀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모든 것은 대통령이 무엇을 원하느냐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베센트 장관이 언급한 미국의 선결 조건은 △이란 내 고농축 우라늄의 전량 해외 인도(반출) △이란의 핵무기 개발 영구 포기 선언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자유 항행 보장 등이다.

베센트 장관은 이번 예비 합의의 반대급부로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전면 완화할 수 있다는 일각의 낙관론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미국 관리들은 WSJ에 "앞으로 두 달 동안 미국은 이란 동결 자산의 단계적 해제와 일부 제재 완화 문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조치들은 이란이 합의 내용을 준수한다는 검증을 전제로 한다고 강조했다.

28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5.28 ⓒ 로이터=뉴스1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내각 회의에서 "중동 국가들이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이란과의 합의를 추진할 필요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WSJ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이 이 구상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악시오스 "MOU 근접"…이란은 부인

미국과 이란이 양해각서에 합의하고 트럼프 대통령 등 양국 지도부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보도는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처음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란 타스님통신은 "이란은 중재국인 파키스탄 측에 합의문이 최종 완성됐다는 통보를 하지 않은 상태"라며 미국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만약 합의문이 실제로 최종 타결된다면 이란 정부가 중재국인 파키스탄과 이란 국민들에게 직접 이 사실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