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카타르서 美와 간접 협상…"핵·호르무즈·동결자산 쟁점"
갈리바프 의장·아라그치 외무 등 도하 도착…중앙은행총재도 동행
카타르, 美와 조율하며 '중재' 역할 확대…이란은 '동결자산 해제' 강경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이란 고위 대표단이 카타르에서 미국과의 종전 합의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해외 동결 자산 해제 문제를 놓고 막판 협상에 나섰다. 미국 대표단은 중재국 카타르와 소통하면서 간접적으로 논의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AFP통신과 CNN, 이란 타스님통신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압돌나세르 헤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가 이날 카타르 도하에 도착했다.
AFP는 소식통을 인용, 갈리바프 의장과 아라그치 장관이 "분쟁 종식을 위한 외교적 노력"의 일환으로 도하에 도착했다며 이번 방문의 초점은 "호르무즈 해협과 고농축 우라늄 관련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헤마티 총재는 최종 합의의 일부로 다뤄질 이란의 국외 동결 자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대표단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 또한 외교 소식통을 인용, 이날 오전부터 도하에서 "집중 협상"이 이어지고 있으며 의제엔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해외 동결 자산 해제 등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대표단은 미국과의 전쟁 종식 양해각서(MOU) 체결 문제와 관련해 카타르 중재진과 우선 논의하고 있으며, 협의 내용은 미국 측과도 조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도하 협상은 그동안 파키스탄이 주도해 온 미국·이란 중재 과정에서 카타르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카타르는 과거에도 미국·이란 간 간접 협상에서 중재 역할을 해왔으며, 최근엔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장관과 JD 밴스 부통령 등을 만났다.
이런 가운데 이란 파르스통신은 미국이 국제 제재로 묶인 이란의 국외 동결 자산 일부를 해제하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 대가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을 풀고, 미국도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평시 세계 원유·천연가스 교역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던 핵심 에너지 수송로다. 그러나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된 뒤 해협 통항 차질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과 걸프 지역 국가들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협상 결과는 미·이란 전쟁 종식뿐 아니라 국제 유가와 해상 물류 흐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러나 이란의 국외 동결 자금 해제 문제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입장차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앞서 2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가 이란에 "막대한 현금"을 제공했다고 비판하며 자신이 추진하는 합의는 이와 "정반대"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란은 동결 자산 해제를 종전 합의의 핵심 조건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이란과의 협상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와 핵 프로그램 제한을 연계하는 데 우선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인도 뉴델리 방문 중 기자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재개와 이란 핵 문제에 대한 "상당히 탄탄한 안"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를 이번 MOU에서 즉각 양보할 사안이 아니라 향후 60일 내 협상 의제로 다루려 한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가디언은 이스라엘의 반발과 레바논 전선 문제도 협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과 "논의 중인 여러 사안이 결론에 도달했다"면서도 최종 합의가 임박했다고 볼 순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당국자들의 입장 변화가 합의 도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카타르에도 상당 규모의 이란 자산이 동결돼 있다. 2023년 9월 미국·이란 수감자 맞교환 합의에 따라 한국 내 이란 동결 자금 약 60억 달러가 스위스를 거쳐 카타르 내 제한 계좌로 이전됐으나, 같은 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미·이란 관계가 악화하면서 이란의 접근이 제한됐다.
이란 측은 현재 카타르에 묶인 자금 규모가 120억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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