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니아 과부' 풍자 보복…美FCC, ABC방송국 면허 '조기심사'

트럼프 "키멀 해고" 요구 뒤 FCC, 디즈니에 "갱신 신청서 제출하라"

미국 방송인 지미 키멀. 2025.02.0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ABC 방송 심야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멀의 해고를 압박하는 가운데,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ABC 방송국 면허에 대한 조기 심사 절차에 착수했다.

2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FCC는 이날 오후 ABC 모회사 디즈니에 "ABC가 보유한 모든 TV 방송국 면허 갱신 신청서를 30일 이내, 즉 5월 28일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FCC가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곳은 뉴욕·시카고 등에서 디즈니가 직영하는 ABC 지역 방송국 8곳이다. 미국 전역의 200여 개 ABC 제휴 방송국은 포함되지 않는다.

해당 8개 방송국의 면허 갱신 시한까진 아직 수년 더 남아 있으나, 브렌던 카 FCC 위원장이 지난 수십 년간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조기 갱신 명령권을 '이례적으로' 발동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FCC는 이번 심사가 디즈니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관련 조사와 연계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CNN은 "FCC의 조치가 최근 키멀의 방송과 관련한 정부 차원의 보복으로 해석되고 있다"고 전했다.

키멀은 지난 23일 방송 중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을 패러디한 코너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에 대해 "곧 과부가 될 사람 같은 광채가 난다(You have a glow like an expectant widow)"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이틀 뒤 만찬장 밖에선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ABC 측에 키멀을 "즉각 해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멜라니아 여사도 SNS에서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ABC가 입장을 분명히 할 때"라며 사실상 키멀 퇴출을 요구했다.

키멀은 같은 날 방송에서 자신의 '과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나이 차(24세)에 관한 농담이었다고 해명했으나, FCC의 이번 조치까지 이어지면서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FCC의 유일한 민주당 소속 위원인 애나 고메즈도 이번 명령에 대해 "수정헌법 제1조를 침해한 가장 심각한 조치"라며 "방송사 운영에 개입하려는 전례 없고 정치적 동기에 따른 시도"라고 비판했다.

미 수정헌법 1조는 정부가 종교·언론·출판·집회의 자유와 청원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키멀도 앞서 "트럼프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듯, 우리 모두 그렇게 할 수 있다"며 "미국인으로서 수정헌법 1조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디즈니는 "ABC와 소속 방송국들은 FCC 규정을 완전히 준수하고 지역사회에 신뢰할 수 있는 뉴스와 긴급 정보, 공익 프로그램을 제공해 온 오랜 기록을 갖고 있다"며 법적 절차를 통해 면허 보유 자격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공익 변호사 앤드루 제이 슈워츠먼은 "면허 갱신 거부의 법적 기준은 거의 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며 관련 절차와 사법 심사만 수년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방송사는 정상 운영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