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戰 늪 빠진 트럼프, 결국 '오바마식 핵 합의' 재탕 내몰려
스스로 파기한 2015년 JCPOA와 비슷한 주고받기 전망
'모호한 합의'로 승리 주장 시 이란 핵무기 개발 더 자극할 수도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공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스스로 파기한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와 비슷한 종전안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협상 재개가 가능하며 오는 24일께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지만, 양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시작한 전쟁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기 위해 미국 협상단에 타협안을 검토하도록 했다"며 "많은 내용이 그의 전임자가 마주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의 주고받기"라고 지적했다.
JCPOA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 당시 이란이 'P5+1'(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과 체결한 핵 합의다. 서방의 제재 완화를 대가로 이란이 핵 프로그램 개발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이란이 갖고 있던 저농축 우라늄 98%를 감축하고, 최소 15년간 농축 농도 3.67% 이하의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만 보유하도록 했다. 미국 등 서방은 그 대가로 금융, 에너지, 무역 전반에서 대이란 경제 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확보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200억 달러(약 30조원) 상당의 해외 동결 자산 해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인 2018년 JCPOA를 일방 파기한 뒤 60% 수준의 고농축 우라늄 440kg을 비축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합의를 위해 이란에 '현금 뭉치'를 건넸다는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JCPOA 비판에 쓴 단골 소재다. 피터 도란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협상안이 JCPOA와 형태만 다를 뿐 본질은 그대로라고 꼬집었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보다 더 나은 합의를 강조하기 위해 탄도 미사일·친이란 대리 세력 등 JCPOA에 들어가지 않았던 요소를 놓고 이란과 '모호한 합의'를 한 뒤 승리를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오바마 전 행정부 때보다 훨씬 복잡해졌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선 공격은 이란의 이슬람 신정 정권이 더욱 강경해지는 역효과를 낳았고, 이란은 중동 석유 수송의 동맹 격인 호르무즈 해협을 역사상 처음으로 봉쇄했다.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이란 협상을 주도한 웬디 셔먼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란의 요구는 2015년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JCPOA가 합의한 동결 수준을 넘어 단기간일지라도 이란의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을 합의할 가능성을 주목하지만 이미 미국에 여러 차례 뒤통수를 맞은 이란이 뒤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가 문제다.
앨리슨 맥매너스 미국진보센터(CAP) 국장은 "이란 정권이 군사적 억지력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고 핵무기가 역시 최고의 억지력이라는 생각을 품을까 봐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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