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휴전 연장에 파국 피했지만…美·이란 협상 전망 안갯속

트럼프 "이란측 통일된 안 나올 때까지" 연장…외교적 해결 시간 벌어
美봉쇄 유지로 긴장 그대로…이란 강경파 득세 속 "핵·미사일 협상불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 질문을 듣고 있다. <자료사진> 2026.04.1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이란과의 휴전 종료 시한을 앞두고 휴전을 전격 연장했다. 당초 그는 휴전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이대로 합의 불발 시 공습 재개를 경고했으나, 결국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향후 협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트럼프의 '무기한 휴전' 선언과 입장 선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측의 협상 제안이 제출되고 논의가 결론이 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시한을 두지 않은 무기한 연장이다. 그는 "이란 정부가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다"며 이란 측에 "통일된 제안"을 가져올 것을 강하게 압박했다.

무기한 휴전 발표는 파키스탄에서 22일쯤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미·이란 대표단 간의 2차 회담이 불발된 가운데 나왔다. J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한 미국 협상단은 당초 계획된 이슬라마바드행 대신 워싱턴에 잔류했다. 이란 준관영 매체 타스님통신도 이란 대표단이 2차 협상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휴전 연장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대한 입장 변화를 의미한다. 그는 같은 날 오전, 22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폭격이 있을 것"이라며 군이 "공격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표에서 미군에 이란에 대한 공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지만,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는 계속 유지하고 "모든 측면에서 준비 태세를 유지하라"고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일한 공식 일정이었던 미국 대학 스포츠 협회(NCAA) 행사에서 이란 사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해병대 군악대가 연주하는 '위 아 더 챔피언'에 맞춰 퇴장했다.

폭탄 대신 선택한 '경제적 분노 작전'

군사 타격은 유보됐으나 경제적 압박은 수위를 높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른바 '경제적 분노 작전(Operation Economic Fury)'을 통해 이란 항구를 봉쇄하고 전 세계 해역에서 이란 관련 선박을 나포하는 고사 작전을 전개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경제의 90%를 차지하는 해상 무역을 차단했으며, 재무부는 석유 밀매 네트워크를 겨냥한 새로운 제재안을 쏟아내고 있다. 백악관은 이러한 경제적 고립을 통해 이란 지도부로부터 핵 프로그램 등에 대한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계산이다.

이란의 맞불 "봉쇄 해제 전엔 협상 없다"

이란은 미국의 해상 봉쇄를 '해적 행위'이자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미국이 봉쇄를 끝내야만 회담이 재개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미국의 해상 봉쇄 문제는 이란 대표단이 2차 협상에 결국 참석하지 않게 된 핵심적인 이유로 거론된다. 현재 이란 내부에서 협상파에 비해 위상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진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중심의 군부가 이를 협상 재개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는 것이다.

추가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의제에서 한층 험로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이날 "이란은 전장에서 승리한 쪽으로, 승자가 조건을 결정한다"며 "핵프로그램과 미사일 능력 해체를 배제하고, 전쟁의 영구적 종식 조건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첫 협상에서 미국이 핵농축 전면 중단에서 한 발 물러나 '20년 농축중단'을 제안하고, 이란이 '5년 제한'으로 역제안하면서 접근했던 핵 프로그램 논의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란 테헤란 발리아스르 광장에서 19일(현지시간) 촬영된 사진. 차량들이 사망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대형 옥외 광고판을 지나가고 있다. 2026.04.19 ⓒ AFP=뉴스1

양측 모두 협상을 통한 종전에 지지를 표하면서도,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5분의 1이 지나는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지난 주말 인도 선적 선박 2척에 대한 이란의 공격 보고 이후 이란 국적선 '투스카' 호를 나포했다. 현재 해협은 모든 통행이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협상 전망: 지루한 수싸움과 '조용한 완화' 가능성

전문가들은 양측이 당장 전면전으로 치닫지는 않겠으나, 지루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잔 말로니 부소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현재로서는 이란 지도부가 트럼프 대통령보다 합의에 더 급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신속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이란 및 석유 담당 선임 분석가인 그레고리 브루는 엑스(X)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시장에 보내는 신호처럼 느껴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회담은 불투명할지 모르지만, 당장 내일부터 총격전이 재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퀸시 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부소장은 엑스에 트럼프 대통령의 무기한 휴전 주장을 '이란에 양보하지 않으면서도 출구 전략을 찾으려는 방식'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안정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원하던 핵심인 '전쟁 탈출'을 챙겼고, 이란은 그들이 원하던 핵심인 '제재 해제'를 얻지 못한 상태"라고 봤다.

일각에서는 대안으로 '조용한 긴장 완화'를 제시한다. 대니얼 샤피로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는 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발표 없이 봉쇄 압박을 슬쩍 완화하고, 이란도 이에 호응해 해협 통제를 늦추는 방식이 협상 재개의 경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나포한 이란 화물선에 대한 내부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선박과 선원들을 풀어주는 것으로 이란 당국에 협상 재개의 명분을 만들어 줄 가능성도 있다.

한편,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란 내부에서 갈리바프 의장을 중심으로 한 '협상파'와 IRGC 등 '강경파' 사이의 노선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전해, 이란 내부의 정치적 역학 관계가 향후 협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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