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재봉쇄에 선박 피격·백악관 긴급회의…2차협상 안갯속

'2주 휴전' 만료 임박해 긴장 재고조…이란, 해협 개방 발표 번복
이란 최고지도자 "적들에 새로운 패배 쓴맛"…美-이란 공격 재개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 드림 시티 처치에서 열린 '터닝 포인트 USA' 행사에 참석해 무대에서 청중을 가리켜 보이고 있다. 2026.04.17. ⓒ 로이터=뉴스1

(워싱턴·런던=뉴스1) 류정민 특파원 이지예 객원기자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 발표 후 재봉쇄에 나서며 다시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에서 이란 측 공격을 받는 등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주말쯤 열릴 가능성이 제기됐던 미국과 이란의 2차 협상은 안갯속에 빠져든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주말 백악관 상황실에서 긴급 회의를 소집해 이란 측의 호르무즈 재봉쇄 조치 및 며칠 앞으로 다가온 '2주 휴전' 만료와 관련한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란 "18일 오후부터 美역봉쇄 해제 때까지 호르무즈 폐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18일(현지시간) 미국이 대 이란 해상 봉쇄를 해제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AFP·로이터통신과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IRGC 해군은 성명에서 "전날 이란 정부의 상선 통항 허용에 따라 IRGC 지휘·조율 하에 선박 여러 척이 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IRGC 해군은 "그러나 미국이 휴전 합의를 위반하고 이란 선박과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날 오후부터 (미국의) 봉쇄 해제 시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호르무즈 해협에 접근하려는 모든 시도는 적과의 협력으로 간주하고, 해당 선박을 공격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군 통합사령부인 카탐 알 안비야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거듭 약속을 위반하며 이른바 '봉쇄'를 명목으로 해적 행위와 약탈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통제는 이전 상태로 복귀했다. 해협은 이제 이란군의 엄격한 관리·통제하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이란에서는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전날(17일)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열흘 휴전' 합의에 따라 상선에 대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발표했으나 이후 군부 등에서 미국의 역봉쇄 지속을 문제 삼아 입장을 번복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미국의 봉쇄 선언은 어리석고 무지한 결정"이라며 "미국이 봉쇄를 풀지 않으면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은 확실히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의 2024년 6월 모습(WANA 통신 제공) ⓒ 로이터=뉴스1
오만 해상서 유조선 등 이란측 공격받아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이날 "오만 북동쪽 20해리 해상에서 유조선이 IRGC와 연계된 건보트(소형 무장 선박)로부터 공격을 받았다는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조선 선장은 두 배가 무선 경고 없이 발포했다고 진술했다"며 "선박과 승무원은 안전한 것으로 보고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별개로 오만 북동쪽 25해리 해상에서 컨테이너선이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피격됐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UKMTO는 "공격으로 선상 일부 컨테이너가 파손됐으나 화재나 환경 피해, 인명 피해 등은 현재까지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란 반(半)관영 타스님통신도 원유 위성추적업체 '탱커트래커스' 데이터를 인용해 "IRGC 발포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서 인도 국적 선박 2척이 (통과를 포기하고) 경로를 변경해 서쪽(페르시아만 방면)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 중 1척은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으로 이라크산 원유 200만 배럴을 싣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군 관련 축사에서 "이란군의 드론은 번개처럼 미국과 시온주의 범죄자(이스라엘)들을 강타하고, 용감한 해군은 적들에게 새로운 패배의 쓴맛을 안겨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화 순조롭다"지만…백악관 상황실 회의 긴급 소집
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2월 28일 대(對)이란 군사작전 '에픽 퓨리'(Epic Fury) 진행 점검 상황실. (백악관 엑스 계정, 재판매 및 DB금지) ⓒ 뉴스1 류정민 특파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그들은 다시 (호르무즈) 해협을 닫으려 했지만, 우리를 협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지난 47년간 그랬듯 교묘한 수법을 쓰고 있다"면서도 "(협상이) 사실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켜봐야겠지만 오늘 안에 어떤 소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 상황실 회의를 소집해 이란과의 종전 협상과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문제를 논의했다.

J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댄 케인 미군 합참의장 등이 총출동했다.

한 미국 정부 고위 관리는 조만간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며칠 안에 이란과의 전쟁이 재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을 위해 합의한 2주 휴전은 오는 21일이나 22일쯤 종료된다. 양측은 지난 11~12일 첫 협상 결렬 후 추가 회담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