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수장, '탈퇴' 트럼프에 또 손바닥 비볐다…"파탄 피한 듯"

'대디 트럼프' 논란 뤼터 사무총장, 트럼프 만나 이란전쟁 등 논의
"아첨은 일시적" 비판도 거세…'전쟁 반대' 유럽 회원국들과 갈등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 행사장에서 회담하고 있다. 2026.01.2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이란 전쟁을 계기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검토하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을 마쳤다.

회담을 끝낸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우리에게 그들이 필요할 때 나토는 없었고, 다시 필요로 해도 곁에 있지 않을 것"이라며 "그린란드를 기억하라, 그 커다랗고 엉망으로 관리되는 얼음덩어리를!!!"이라고 적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탈퇴를 언급하는 대신 "동맹에 대한 대통령의 불만을 단순히 반복했을 뿐"이라며 미국과 나토의 관계 파탄은 일단 피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뤼터 총장이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각별한 친분을 활용해 미국의 나토 탈퇴나 일부 회원국에 대한 제재를 막을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나토 회의론자'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한 달 전 나토 사무총장직에 오른 뤼터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적극적인 찬사로 환심을 사는 전략을 택해 왔다.

지난해 나토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아빠'(daddy)라고 부르는 문자 메시지가 공개돼 지나치게 아첨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뤼터 총장의 '아첨 전략'은 지난 1월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 움직임 등 나토의 위기 상황에서 변덕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유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란과의 2주 휴전 합의를 발표하기 하루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중동에서 "도움을 주지 않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고 비난하면서도, 뤼터 총장을 두고 "멋진 친구"이자 "훌륭한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8일(현지시간)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왼쪽)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함께 미 국무부 본부 건물 조약실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엄지손가락 두 개를 치켜들고 있다. 2026.04.08. ⓒ AFP=뉴스1

뤼터 총장의 아첨 전략에 이란 전쟁에 동참하길 거부한 일부 나토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뤼터 총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지나치게 굴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첨은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다"면서, 뤼터 총장의 감언이설이 오히려 유럽 국가들의 분노를 사는 역풍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뤼터 총장은 폭스뉴스 등 미국 방송에 출연해 이란 전쟁의 목적이 "세계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하는 한편, 나토 동맹국들이 전쟁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해 일부 나토 회원국의 반발을 산 바 있다. 한 유럽 외교관은 "그것을 팀을 위한 희생으로 볼 수도 있지만, 너무 지나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WP에 전했다.

한편 뤼터 총장은 이번 회담 후 미국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탈퇴를 위협했느냐는 압박 질문에는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며 "매우 솔직한 대화였다. 그는 지난 몇 주 동안 일어난 일들에 대해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분명히 내게 말했다"고 답했다. 또한 유럽 국가가 군수 지원과 기타 약속된 의무를 지원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클라우디아 마요르 독일마셜기금 부총재는 FT에 "뤼터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트럼프와 미국을 나토에 붙잡아 두려는 그의 시도가 오히려 나토를 공동화시킨다고 생각하는 유럽 동맹국들과의 사이에 균열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