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아비뇽 유수'로 바티칸 대사 협박?…밴스 "알아볼 것"

독립언론, 1월 양측 회의 보도…"군사력 언급하며 美 편들라 압박"
국방부 "회의 묘사 과장·왜곡…상호 존중적이고 합리적" 반박

레오 14세 교황이 15일(현지시간) 바티칸 사도궁 창문에서 엔젤루스 기도를 인도하고 있다. 2026.3.1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미 국방부가 '아비뇽 유수'를 들먹이며 주미 교황청 대사를 위협했다는 한 독립 언론 보도 이후 논란이 커지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8일(현지시간) 뉴스위크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귀국길에 오르며 기자들에게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고 싶다"며 "확인되지 않은 보도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의 보도는 지난 1월 미 국방부와 바티칸 간에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국방부 관리들이 당시 주미 교황청 대사를 맡고 있던 크리스토프 피에르 추기경에게 '미국의 군사 전술에 바티칸이 동조해야 한다'고 위협했다는 내용이다.

이때 한 관리는 피에르 추기경에게 신성 로마 제국이 로마 교황청을 강제로 프랑스 남부 아비뇽으로 옮겼던 '아비뇽 유수'를 언급하기도 했다고 한다.

엘브리지 콜비 국방정책 담당 차관 등도 "미국은 세계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가톨릭교회는 미국 편을 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내용은 독립 언론 '더 프리 프레스'를 통해 최초로 보도됐다. 유료 구독 플랫폼 서브스택 기반의 독립 언론인 크리스토퍼 헤일도 같은 취지의 보도를 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뉴스위크에 "(회의 묘사가) 심각하게 과장되고 왜곡됐다"며 "회의는 상호 존중적이고 합리적이었다. 우리는 교황청에 최고의 경의를 표하며 지속적인 대화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출신인 레오 14세 교황은 즉위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 정책 등에 지속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해 전쟁이 시작된 직후에는 대화를 시작할 것을 촉구했으며, 이후에도 여러 차례 폭력을 규탄하는 발언을 했다.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시한이 임박한 시점에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문명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위협하자 "이는 진정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더 프리 프레스'에 따르면, 바티칸은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 트럼프 행정부의 방미 초청을 받고 이를 검토했으나 외교 정책상의 이견으로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오 14세 교황은 오는 7월 4일 이탈리아 최남단의 람페두사섬을 찾을 예정이다. 이 섬은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많은 이주민이 목적지로 삼는 곳이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