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 공공외교차관 "韓정통망법, 과잉검열 우려…협력은 낙관"

방한 뒤 간담회…"과도한 검열 방지 위해 정부-기업 단계별 소통해야"
"조선업 인력 양성 협력 진전"…"탈북민 접촉, 정보 접근 중요성 체감"

사라 로저스 미국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로저스 차관은 지난 31일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 한국으로 향할 것이라면서 "한국에서 조선, 네트워크법(정보통신망법), K-팝 외교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4.1 ⓒ 뉴스1 임세영 기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사라 로저스 미국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은 7일(현지시간) 한국의 정보통신망법(정통망법) 개정안과 관련해 "과도한 표현 검열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서도 "한국과의 협력에는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로저스 차관은 이날 워싱턴DC 외신센터(FPC)에서 한국, 일본 언론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최근 방한 및 방일 결과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통망법 개정안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갖고 있는 우려를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구체적인 조항은 세 가지가 있다"라고 답했다.

로저스는 먼저 법 문구의 모호성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그는 "법안에는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정의들이 있다"면서 "예를 들어 '공익'이나 '인간의 존엄' 같은 개념이 모호하게 정의될 경우 과도한 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유럽에서 우리가 봐온 것처럼 때로는 모호하게 작성된 금지 조항이 대기업들에 부과되고, 이것이 표현에 대한 과도한 검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로저스 차관은 이에 따라 "우리는 잠재적인 과도한 표현 검열을 제한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들 사이에 충분한 단계적 상호 소통이 있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 우려는 한국 방송통신위원회(KCC)의 콘텐츠 관리 시스템 점검 권한이다.

로저스 차관은 해당 사안을 "기술 기업들에 부과되는 위험 평가 구조와 콘텐츠 관리 구조"라고 설명한 뒤, "우리는 KCC가 기업들의 콘텐츠 관리 시스템을 점검하도록 하는 권한이 기업들로 하여금 정부가 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표현을 규제하려 하도록 부당한 유인을 만들지 않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구조가 생길 때마다 표현 위축의 가능성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 우려는 대형 플랫폼 규제가 미국 기업에 불균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다.

로저스 차관은 "우리가 유럽과 한국, 그리고 다른 곳에서 외국 기술 규제를 다룰 때 대형 플랫폼을 겨냥하는 조항들이 종종 있다"며 "나는 미국을 위한 옹호자이고, 그것은 미국 산업을 위한 옹호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사들에 비해 미국 기업들에 불균형적으로 부담을 주는 모든 규제 조항은 미국을 위한 옹호자로서 내가 제기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다만 로저스 차관은 한국 측과의 협의 결과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 주제에 대해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고, 전반적으로 그 대화는 건설적이었으며 우리의 협력에 대해 낙관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 측이 미국 기업 부담과 정치적 표현 위축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로저스 차관은 "명예훼손 유형 조항이 실제로 사실이 아닌 표현에 적용되고, 논쟁적인 정치적 주장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그것은 매우 생산적인 대화였다"고 말했다.

향후 한국 정통망법이 미국의 통상 압박이나 무역법 301조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301조와 관련해서는 USTR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로저스 차관은 이번 방한 기간 논의된 한미 조선 협력과 관련해 "조선 인력 양성과 관련한 다양한 수준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며 "이 분야에서 지속적인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방한 기간 탈북민들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폐쇄된 정보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들과 직접 교류한 경험은 매우 인상적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분쟁은 미국에서도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미국인은 표현의 자유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환경에서 자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곳에서는 그것을 들어볼 기회조차 없고, 외국 방송을 듣는 것만으로도 고문이나 처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저스 차관은 특히 탈북자들이 접한 아주 작은 정보의 파편이 삶을 바꿨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그들이 들은 방송의 작은 단편들이 그들의 삶을 바꿨다"고 말하며, 탈북자 한 명이 한국 주둔 미군의 처우를 우연히 접한 사례를 소개했다.

로저스 차관은 "그것이 미국 군 복무를 홍보하기 위한 방송은 아니었지만, 거의 보상 없이 징집되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한 탈북민이 외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처음 접한 경험을 들었다.

그는 "열린 사회에서 사람들이 직업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탈북민에게는) 계몽적인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로저스 차관은 "정보 접근이 폐쇄된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확인하는 계기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탈북민들의 현실적 위험도 언급했다. 그는 "그들은 종종 가족을 두고 탈출하며, 안전을 위해 얼굴을 가려야 했다"며 "그 점도 매우 마음에 와닿았다"고 말했다.

로저스 차관은 방한 기간 논의된 한미 조선 협력과 관련해 "용접 인력부터 고급 설계 인력까지 다양한 수준의 인력 개발이 필요하다"며 "각 인력 양성에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에 대해 논의했고, 각 선박이 생산될 장소와 방식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이 분야에서 지속적인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로저스 차관은 미 글로벌미디어국(USAGM) 국장 후보로 지명돼 현재 상원 인준 절차를 밟고 있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