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희토류 이어 이란 호르무즈 '무기' 자각…트럼프 '힘의 외교' 참사

NYT "트럼프 외교 역풍…'공급망 급소' 쥔 적만 늘어"
러몬도 전 상무 "AI 데이터센터도 中의 전략적 활용 가능"

이란과 오만 사이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의 지도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형상을 3D 프린터로 만든 모형의 모습. 2025.6.2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힘을 바탕으로 국제 무대에서 '힘의 외교'를 펼치는 통에 '공급망 급소'를 쥔 중국이나 이란 같은 적들의 도전만 늘어가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힘을 거침없이 행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다른 나라들이 미국 경제에 압력을 가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도록 부추겼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고율 관세 부과에서 이란과의 전쟁까지 미국의 힘을 적극 활용하는 행보를 이어갔고, 미국의 힘을 이용하지 않은 과거 지도자들을 어리석었다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전략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일부 국가는 트럼프의 요구에 굴복했지만, 다른 국가는 새로운 효과적인 반격 수단을 찾아냈다.

이란은 세계 경제 비중이 1%도 안 되지만, 세계 석유·가스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쥐고 있다.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해협이 봉쇄되면서 연료·비료·물자 수송이 막혀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미국 농가와 제조업체에 불안이 확산했다.

중국도 트럼프가 지난해 '해방의 날'이라 부른 관세 발표 직후 희토류 수출 허가제를 도입해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을 사실상 장악했다. 지난해 10월 말 부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1년 휴전'에 합의하는 등 제한적인 충격 완화가 이뤄졌지만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자동차, 반도체, 전투기 등 미국 제조업의 핵심 산업이 중국 희토류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일부 공급을 허용하면서도 미국 군수업체에는 수출을 차단해 압박을 가했다.

이 상황에서 아쉬운 것은 미국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약 6주 연기해 5월 중순으로 미루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이러한 압박을 완화할 수 있기를 기대했던 일부 기업 임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여파는 유럽·아시아·아프리카 등 인접 지역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지만, 미국도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과 비료·알루미늄·헬륨 등 중동산 물자 공급 차질로 경기 둔화 압박을 받고 있다. 연료비 상승은 신선식품 가격에 반영되고, 국제 해상 운임도 급등해 수입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

투자기관인 에버코어 ISI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2%로 낮추고, 근원 인플레이션은 0.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관의 보고서는 "미국 경제가 잠재력에 못 미치는 부진한 해를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은 미국 제조업계에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의료기기 업체 메드트로닉의 제프 마사 최고경영자(CEO)는 "MRI·CT 장비에 필요한 희토류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NYT는 희토류뿐 아니라 미국이 주목해야 할 중국의 지렛대가 더 있다고 했다. 지나 러몬도 전 미국 상무장관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에서도 중국 의존도가 높아, 중국이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NYT는 전했다.

kym@news1.kr